박철우 한국전력서 배구인생 3막 연다

중앙일보

입력 2020.04.20 00:03

업데이트 2020.04.2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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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왼손 거포’ 박철우가 10년간 뛰었던 삼성화재를 떠나 한국전력과 계약했다. 불러주는 팀이 없어 불안하던 35세 자유계약선수 박철우에게 한국전력은 최고 대우를 제안했다. [뉴스1]

‘왼손 거포’ 박철우가 10년간 뛰었던 삼성화재를 떠나 한국전력과 계약했다. 불러주는 팀이 없어 불안하던 35세 자유계약선수 박철우에게 한국전력은 최고 대우를 제안했다. [뉴스1]

“계약 안 될까 봐 많이 불안했어요. 삼성화재 팬들 생각하면 많이 울컥하네요.”

10년 만에 삼성화재 떠나는 거포
불러주는 팀 없어 불안하던 순간
35세 나이에도 최고 대우한 한전

‘왼손 거포’ 박철우(35)가 10년간 뛰었던 프로배구 삼성화재를 떠나 한국전력으로 갔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18일 “자유계약선수(FA) 박철우와 계약을 마무리했다. 구단 역대 최고 대우”라고 말했다. 박철우는 총액 21억 원(연봉 5억5000만 원, 옵션 1억5000만 원) 계약 기간 3년 조건에 사인했다. 프로 원년인 2005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박철우는 2010년 삼성화재에 이적하면서 팀을 옮긴 프로배구 1호 FA가 됐다. 그리고 다시 10년 만에 한국전력 선수로 뛰게 됐다.

박철우는 프로배구를 대표하는 라이트 공격수다.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직행해 15시즌 동안 역대 최다인 통산 5681점을 올렸다. 라이트 공격수에게 30대 중반은 일반적으로는 전성기가 지난 나이다. 그런데도 이번 시즌 득점 7위(444점), 공격 종합 6위(성공률 51.48%), 오픈 공격 4위(50.62%)에 오르며 팀의 주포로 뛰었다.

이적 소식이 전해진 18일 박철우는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삼성화재에 애정이 워낙 깊어 팀을 떠난다니 마음이 안 좋다. 아내는 사인하러 가던 날 펑펑 울 정도였다. 삼성화재와 협상이 늦어지는 사이 아무 팀에도 연락이 안 와 ‘이러다 계약을 못 하는 거 아닐까’ 불안했다. 한국전력에서 ‘정말 필요하다’고 말해줘 계약했다”고 전했다. 베테랑을 대하는 한국전력의 간곡한 태도가 박철우의 마음을 움직였다. 박철우는 “많은 나이를 장점으로 봐줬다. 대개 많은 나이를 마이너스 요인으로 보는데, 한국전력은 ‘팀을 잘 이끌 플러스 요소’라고 해줬다. 그래서 새롭게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2019~20시즌 팀 상황을 고려해 센터로 포지션을 옮겼다. 전 시즌(2018~19) 34경기 133세트를 뛰었던 박철우가 이번 시즌 28경기 91세트를 뛰었다. 시즌 초반에는 외국인 라이트 산탄젤로가 부상으로 빠져 주로 라이트로 뛰었고, 산탄젤로 복귀 뒤에는 센터를 맡았다. FA를 앞뒀지만 개인 기록보다 팀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출전 시간에 불만은 없었다. 훈련도 제대로 못 하고 센터가 돼 걱정했다. 팬들이 좋게 봐줘 고마웠다. 한국전력도 그런 부분을 잘 봐줬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에서는 라이트를 맡는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박철우는 라이트로 기용하고, 외국인 레프트로 뽑겠다”고 말했다.

장인인 신치용 진천 선수촌장도 사위의 도전을 응원했다. 박철우는 “아버님이 ‘너를 인정하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프로답게 선택하라. 뭘 선택하든 너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선수촌장은 30대 중반에도 높은 연봉을 받는 사위에게 뼈있는 조언도 했다. 박철우에 따르면 신 선수촌장은 “선수는 실력으로 말하는 거다. 연봉 보장하고 대우해준다고 안주할 바에는 은퇴하라. 선수로서 충실하지 못하면 가치가 없다. 최선을 다해 팀을 위해 헌신하라”고 당부했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최하위였다. 그런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은 박철우는 당장 다음 시즌 우승을 얘기했다. 박철우는 “선수라면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봄 배구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한다”는 말은 신 선수촌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김효경·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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