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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성착취 영상 협박한 여고생 "나도 피해자였다"

중앙일보

입력

[연합뉴스]

[연합뉴스]

텔레그램 ‘n번방’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했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나체 사진을 받아내고 성 착취 영상을 보내라고 협박한 피의자는 여고생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구속된 10대 A양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포토라인에 선 '박사' 조주빈(25)의 공범인 '부따' 강훈 역시 미성년자다.

나체사진 받고 "더 찍어라" 

서울강북경찰서는 고교생 A양을 15일 구속했다. A양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또래 학생 B양에게 접근한 뒤 나체 사진을 받아냈다고 한다. 이후 태도가 바뀌어 B양에 “사진이나 영상을 추가로 찍어 보내지 않으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를 받는다.

경찰은 이달 초 피해 신고를 접수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13일 A양을 자택에서 체포하고, 그의 휴대전화에서 증거를 확보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한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수법과 비슷하다. 경찰은 A양이 미성년자지만 죄질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포 없었다"…추가 수사

경찰은 A양이 B양 등으로부터 받은 사진 등을 유포하거나 판매했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A양은 유포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이 유포 및 판매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제 3자에게 성 착취물을 공유한 적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나도 비슷한 범행을 당한 적이 있는 피해자”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A양이 피해자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A양이 피해 경험이 있다고 해도 범죄 혐의 입증과는 관련이 없다.

또래 상대 디지털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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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피의자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여고생이 친구로부터 디지털 성 착취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나체 사진을 빌미로 수차례 협박하고 성 착취 영상을 추가로 받아내 이를 판매한 것이다. 당시 경찰은 피의자를 불구속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왼쪽)과 공범 '부따' 강훈(18). 뉴스1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왼쪽)과 공범 '부따' 강훈(18). 뉴스1

2018년 유죄판결이 확정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의 판결문을 근거로 한 여성가족부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을 보면 음란물 제작 범죄자의 평균 연령은 25.1세다. 강간이나 강제추행과 같은 성범죄는 범죄자 평균 연령이 30대 이상이었다. 조주빈(25)의 공범 ‘부따’ 강훈은 2001년생(만 18세)이다.

"유포 협박 먹히지 않아야"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성범죄 피해자가 문란한 것처럼 평가하고 비난하는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이런 사회 분위기가 사라져야 피해자가 이 같은 협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며 "피해자의 나체 영상이 협박 수단이 되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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