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冬季) 우울병의 치료 방법은

중앙일보

입력

2,000년 전에 히포크라테스는 계절의 변화가 질병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었다. 사람들은 햇빛 가득한 따뜻한 날씨를 좋아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10월이 되면 단풍과 낙엽 밟는 소리를 즐기며, 다가올 겨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곤 한다. 그러나, 약 5 %의 사람들은 가을을 공포로 맞이한다. 바로 ´동계(冬季) 우울병 (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동면(冬眠)과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나서 괴로워한다.

⊙ 보통 이 증상들은 매년 10월초부터 그 다음 해 5월말까지 지속된다.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SAD 연합의 의장인 제니퍼 이스트우드는 동계 우울병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한 경우 입원까지도 하게 된다고 말한다. 보통 이 증후군은 20 대에 나타나며, 늦봄에서 여름까지는 아주 활기차게 활동하지만 하지(夏至)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나면 행동이 느려지기 시작하는 증상을 보인다. 다른 우울증들과 마찬가지로 동계 우울병에 걸린 사람들도 심한 불안과 피곤함을 느끼며, 자주 자살 충동에 빠진다. 그러나, 다른 우울증과는 다른 점들도 많이 있다. 과식(過食)-특히, 탄수화물류-을 하며, 지나치게 많은 시간 (하루에 18시간 정도까지도 자는 환자들이 있음)을 잔다. 동계 우울병의 증상들에 관해서는 이렇게 잘 알려져 있지만, 불행하게도 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단지, 빛이 뇌를 자극하는데, 그 경로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라고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부분으로 잠, 식욕, 기분, 체온 및 성욕 등을 조절하는 ´시상하부-흑핵(substantia nigra)-송과선(松科腺)/뇌하수체´ 경로를 의심하고 있다.

⊙ 사우스햄톤 대학, 정신 건강과의 아이완 로딘은 한가지 가능성으로서 세레토닌 가설을 제시한다. 시상하부는 흑핵에 수면과 각성에 대한 조절을 하도록 명령을 내리는데, 이 때 사용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 바로 세레토닌이다. 그래서인지 ´세레토닌 재흡수 저해제 (sere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들을 처방해주면 많은 환자들의 병이 호전된다. 때문에 로딘은 앞으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 노만 로젠탈은 1984년도에 처음으로 동계 우울병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에 발표한 사람이다. 로젠탈도 아이완 로딘의 의견에 동의하며, 동계 우울병의 유전에 세레토닌 재흡수 유전자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점을 강조한다. 동계 우울병과 관련해서 의심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신경 전달 물질은 멜라토닌이다. 이 물질은 비행기 여행에 따른 시차로 피로를 느낄 때의 처방약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 빛이 눈의 망막에 가서 닿으면, 신경 자극이 발생해서 시상하부까지 전달된다. 그러면, 시상하부는 그 뒤에 위치한 송과선이 멜라토닌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억제한다. 보통 송과선은 밤에 잠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만드는데, 이렇게 빛에 의해서 멜라토닌 생산이 억제되는 것이다. 영국 써리 대학의 조세핀 아렌트는 동계 우울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낮에도 멜라토닌 생산이 제대로 억제되지 않는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지적한다.

⊙ 즉, 동계 우울병은 멜라토닌 분비의 이상 때문에 빛에 대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동계 우울병의 치료에서 빛이나 광선 요법들이 큰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아렌트가 설명한 멜라토닌 가설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1980년대에 로젠탈이 임상 실험에서 동계 우울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강한 빛 (사무실 조명의 5배 밝기의 빛)을 매일 몇 시간 동안 쪼여준 결과, 90 퍼센트 정도가 동계 우울병에서 벗어났다.

⊙ 그러나, 이 결과만을 가지고 멜라토닌 가설을 확신할 수는 없다. 비록 빛이나 광선 요법 등이 멜라토닌 분비의 세기와 타이밍을 바꾸어 놓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정교한 위약 효과 (placebo)일 가능성이 남기 때문이다. 동계 우울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방법은 더욱 더 흥미를 끈다. CNS Drugs, 최신호에 발표된 이중 맹검법 실험 결과에 따르면, 고추나물 (Hypericum perforatum)의 추출액을 복용한 환자들의 약 40 퍼센트가 증상이 호전되었다.

⊙ 이 실험을 주도했던, 페이너 연구소의 데이비드 위틀리 박사는 고추나물이 옛날부터 의료용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지만 그 구성 성분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고추나물의 추출액은 독일에서 항우울제로 많이 팔리고 있다.현재로서는 동계 우울병 환자들은 잠바 하나를 더 껴입고, 옛날 로마의 의사인 코넬리우스 켈슈스의 치료법을 따르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 "빛이 환한 방안에서 생활하라. 음식은 적당히 먹고, 마사지와 목욕을 자주 하며, 체조와 같은 운동을 하고, 즐거운 대화와 오락을 즐겨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