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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41대8 서울, 득표율로는 27.5 대 21.5…여당 오만해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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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80 vs 103’. 의석수만 놓고 보면 4·15 총선의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며 미래통합당의 완패다. 여당은 민주화 이후 선거에서 역대 최다 의석을 가진 1당이 됐다. 반면 통합당은 보수정당 역사상 가장 쪼그라들었다. 의석수가 보여주듯 이번 선거는 진보의 대승, 또는 보수의 대패일까.

비례 보면 진보·보수 민심은 5대4 #중도보수, 문 정부에 비판적이지만 #통합당을 수권정당으로 인정 안해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정당이 완패한 것은 맞지만 보수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범진보 진영인 더불어시민당(33.4%)과 정의당(9.7%), 열린민주당(5.4%)의 득표율을 합치면 48.5%다. 범보수 진영인 미래한국당(33.8%)과 국민의당(6.8%)의 합은 40.6%다. 이 비율은 약 5대 4다.

그러나 민주당과 통합당이 실제 지역구에서 확보한 의석은 각각 163석과 84석으로 더블스코어다. 진보와 보수의 민심 비율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보수의 지지층은 여전히 공고하지만 통합당이 수권정당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여당이 압승한 것은 맞지만 이는 유권자가 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기보다는 대안세력으로서 통합당이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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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구에서 1위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가 민심의 착시를 일으킨 탓도 크다. 경합지역이 많았던 서울을 예로 들면 전체 49석 중 민주당이 41석, 통합당이 8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49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자들은 305만 표를 받았고, 통합당은 239만 표를 얻었다. 두 정당만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누면 ‘27.5석 vs 21.5석’이다. 실제 결과와 차이가 크다. 그 만큼 사표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분석이 시사하는 바는 2가지다. 첫째 여당은 오만에 빠져선 안 된다. 지식인들은 벌써부터 자민당이 독주하는 일본의 1.5당 체제를 떠올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일본은 자민당이 1당이고 다른 정당을 다 합쳐 0.5당이다, 한국은 이제 민주당이 1당”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일본은 정당 간 경쟁보다 자민당 내부 파벌이 중심”이라며 “가뜩이나 친문 세력이 강한 여당에서 파벌이 더욱 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했던 청와대 출신 18명이 당선됐다. 지난 13일 “고민정 후보가 당선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기뻐하실 것”이라는 이인영 원내대표의 말처럼 여당의 주요 선거 전략은 친문이었다. 이처럼 강화된 팬덤 정치가 현 정권의 독주를 심화시킬 수 있다. 여권에서 “더욱 겸손하게 임하겠다”(이낙연 당선인)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둘째로 야당은 유권자의 냉정한 평가를 되새겨야 한다. 선거에서 드러난 진짜 ‘뉴노멀’은 이제 유권자들이 과거의 관행대로만 투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중도층에서 그렇다. 윤성이 교수는 “보수정당이 지역주의와 진영논리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대결구도를 만들지 못했다”며 “그 결과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오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어도 선뜻 통합당에 투표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통합당은 선거 내내 빚어진 공천 잡음과 지리멸렬한 계파싸움, 막말 등을 보이면서 중도층 이탈을 부추겼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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