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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선체속에 아픔은 그대로…참사 6주기 세월호 마주선 유가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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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세월호가 있는 목포신항 올 때면 내 딸 이름표랑 꼭 같이 와요."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을 찾은 고 정다혜양(당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어머니 김인숙씨의 가방에 살아생전 딸의 사진이 담긴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다혜양은 참사 19일만인 지난 2014년 5월 4일, 가족에게 돌아왔다.

세월호 유가족들 16일 목포신항 거치된 세월호 선체 찾아 #단원고 2학년 정다혜양 이름표와 세월호 앞에 선 어머니 #안산에서 기억식 열리지만 "가족 보고 싶다"며 참사 현장으로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정다헤양의 어머니 김인숙씨가 딸의 이름표와 함께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곁을 걷고 있다.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정다헤양의 어머니 김인숙씨가 딸의 이름표와 함께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곁을 걷고 있다.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또다시 찾아온 4월 16일, 4·16재단과 0416 단원고 가족 협의회는 안산에서 열리는 기념식보다는 사고해역과 세월호 선체를 찾고 싶다는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이곳에서 별도 추모식을 가졌다.

정다혜양 어머니와 세월호 유가족 등 60여 명은 이날 오전 전남 진도 맹골수도 세월호 사고해역부터 찾아 국화꽃을 헌화했다. 같은날 오후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을 찾은 유가족들은 국화꽃을 한 송이씩 들고 천천히 녹슨 배를 향해 걸어갔다.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16 재단 관계자 등이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세월호 참사 해역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16 재단 관계자 등이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세월호 참사 해역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들은 1분간 묵념한 뒤 세월호를 받치는 디딤돌 위에 국화꽃을 올려놓았다. 헌화 후 유가족들은 30분 가량 선체를 둘러봤다. 한 유가족은 녹슬어 떨어져 나온 세월호 선체 조각을 주웠다가 내려놓길 반복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다혜양 어머니와 또 다른 유가족들은 아직 하얗고 푸른 본래 색이 남아 있는 세월호 선수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침몰과 인양과정에서 찢겨나간 선수에는 파손을 막기 위한 철근도 덧대져 있다.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16 재단 관계자 등이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 국화꽃을 놓고 있다.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16 재단 관계자 등이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 국화꽃을 놓고 있다.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육지 쪽에서 바라본 세월호 선체는 심하게 녹슨 붉은빛으로 가득하지만, 바다 쪽 뒷면은 하얗고 푸른 본래 색깔이 많이 남아 있다. 어머니는 세월호 뒷면 앞에 멈춰 서서 "이쪽은 남자애들이 있던 곳이고 저기는 주방이지"라며 세월호 곳곳을 가리켰다. "아직도 따개비가 달라붙어 있네"라는 말을 하고선 다시 걸음을 옮겼다.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정다헤양의 어머니 김인숙씨가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의 식당칸을 가리키고 있다.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정다헤양의 어머니 김인숙씨가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의 식당칸을 가리키고 있다.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선체 앞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고단했던 지난 6년을 털어놨다. 김인숙씨는 "딸이 떠나고 1년 뒤 아빠도 세상을 떴다"고 했다. 다혜양 아버지는 참사 이전 암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이었지만, 딸이 떠난 슬픔 때문인지 다시 재발했다.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정다헤양의 어머니 김인숙씨가 딸의 이름표와 함께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곁을 걷고 있다.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정다헤양의 어머니 김인숙씨가 딸의 이름표와 함께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곁을 걷고 있다.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다혜양 가족은 어머니와 언니만 남았다. 다혜양이 2살 때부터 경기 안산에 정착했던 가족은 참사 뒤 부부의 고향인 강원도 영월과 안산을 오가며 살고 있다. 어머니는 영월에서 하는 농사일을 돌봐야 하지만, 4월 16일을 앞두고 안산에서 머물렀다. 어머니는 "16일이 지났으니 이제 영월로 가야죠"라고 했다.

다혜양 어머니는 이날 다른 유가족의 손을 꼭 부여잡고 세월호 주변을 걸었다. 그는 "우리는 서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라며 "서로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에요"라고 했다.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4·16 세월호 참사 6주기인 1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 목포-프리랜서 장정필

최근에는 정다혜양의 이름표와 함께 목포신항 유류품 관리소도 찾아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발견한 학생 이름표나 유품들이 목록으로 정리된 작업을 살펴보고 왔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선체를 둘러본 후 안산으로 출발하기 위해 항구를 빠져나가다 한 컨테이너 앞에서 멈춰섰다. 안산 단원고 1학년 1반부터 9반 학생들의 반별 단체 사진이 걸린 컨테이너였다. 한 가족은 "우리 아들이 00이랑 친했지. 어릴 때부터 같은 학교 다녀서 서로 잘 알았어"라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목포=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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