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균 적을 땐 에이즈 감염확률 낮다

중앙일보

입력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환자라 하더라도 혈액속의 에이즈 바이러스 수준이 아주 낮을 경우 에이즈균을 정상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연구는 비록 아프리카 대륙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에이즈 환자에 대한 꾸준한 약물치료를 통해 바이러스 수준을 낮춰 온 미국 의학계의 에이즈 치료 전망을 밝게 해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토마스 킨 교수를 비롯한 에이즈연구팀은 3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종양바이러스에 의한 최적기 감염´에 관한 제7차 학술회의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에서 "아프리카의 우간다에서 성적 접촉을 통한 HIV 감염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결과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공중보건전문의들은 최근 수년동안 HIV균의 숫자를 낮추는 방식의 약물치료가 에이즈 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성공한데다 이런 치료법이 에이즈 전염을 훨씬 더 줄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만큼 이번 연구결과는 HIV균 숫자 감소를 통한 에이즈치료 전망을 밝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우간다 지역에서 실시된 연구조사의 환경은 몇 가지 이유로 인해 미국사회의 에이즈 실태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결과는 미국인들로 하여금 콘돔 등을 사용한 안전한 성행위를 포기하는데 도움을 주지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즉 에이즈 바이러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이건 관계없이 에이즈 환자와의 무방비 성접촉은 항상 감염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이다.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415쌍의 이성커플을 선정, 에이즈에 감염된 파트너와 그렇지 않은 파트너가 성관계를 가진 뒤 감염되는지 여부를 관찰했다.

이들 커플은 에이즈 예방수단인 콘돔을 갖고 있음에도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관찰작업이 진행된 지난 30개월동안 에이즈 감염자가 아니었던 90명이 HIV균에 새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감염환자의 혈액속 HIV균의 밀도가 클수록 성접촉을 통한 감염확률이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혈액 1㎖당 에이즈 바이러스 숫자를 조사한 결과, 20만개를 가진 감염자의 에이즈 전파확률은 2천개 정도를 지닌 사람보다 2.5배 가량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혈액 1㎖당 에이즈 바이러스가 1천500개 이하인 감염자는 섹스시 콘돔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 에이즈를 감염시키지 않는다는 사실도 아울러 발견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 치료에 드는 비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HIV균 감소를 목적으로 한 치료가 보편화되지 못했으나 미국에서는 감염환자의 에이즈 바이러스 숫자를 ㎖당 50개 이하의 추적 가능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치료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편 미연방 질병통제방역센터의 에이즈담당국장 헬렌 게일박사는 "존스홉킨스 에이즈팀의 연구결과에 매우 놀랐다"면서 "우리가 (에이즈 치료를 위해) 연구결과로 부터 응용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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