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19 무서워 사전투표"…점심시간 되자 '1m 거리두기' 무너져

중앙일보

입력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손목 보여주시고 1m 거리 두기 지켜주세요!”

10일 오전 9시 30분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서울 을지로동주민센터 앞에 사람들이 몰리자 사전투표 사무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입구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사람들은 사무원들의 외침에 서로 몇 걸음 떨어지며 간격을 유지했다.

투표소는 4층이었지만 방역 작업은 1층에서 진행됐다. 우선 적외선 체온계로 팔목에서 열을 재 발열 여부를 확인했고 소독제로 손을 소독한 후 비닐장갑을 받고서야 4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갈 수 있었다.

신림동에 거주하는 박모(32)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려돼 투표를 미리 하려고 왔다”면서 “생각보다 방역에 신경 쓰고 있어 걱정 없이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성민경(51)씨는 “회사가 인근에 있어 출근하는 김에 투표했다. 15일(공식 선거일)에 오면 너무 몰릴 것 같아서 미리 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15일 사람 몰릴 것 우려해 사전투표 몰려 

서울 을지로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로 입장하기 전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서울 을지로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로 입장하기 전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평일에 열린 사전투표였지만 본 투표날 사람이 몰릴 걸 염려한 듯 서울 곳곳에선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었다. 서울 중구 필동 경로당 1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앞에도 10여 명의 사람이 투표소 밖에 줄지어 섰다. 사무원들은 ‘1m 거리 두기’를 요청하며 서 있는 사람들에게 손 소독제를 짜줬다.

서울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도 붐볐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정영희(59)씨는 “지금껏 한 번도 투표를 빼먹은 적이 없다. 이번에도 투표는 해야겠다 싶어서 왔다”면서 “방송을 보니까 서울역이 방역을 철저하게 하는 것 같아 동네에서 안 하고 직장 근처로 왔다”고 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김봉태(71)씨는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방역이 잘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점심시간 때 유권자 몰리자 1m 거리두기 무너져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사용 등은 대부분 잘 지켜졌지만, 유권자가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1m 거리 두기 방침이 쉽게 무너졌다. 서울 동작구청 5층에 위치한 사전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다닥다닥 붙어서 대기했다. 특히 점심시간이 되자 노량진에서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투표소를 찾았고 구청 안은 더 혼잡해졌다. 1층에서부터 무리지어 올라오는 이들이 많았지만 1m 거리 두기에 대한 안내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5층 투표소 앞에서 안내를 하는 이도 한명 뿐이었다. 구청 관계자는 “점심시간 때 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면서 “지역주민 6명과 구청 직원 34명이 함께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청 5층에 위치한 사전투표소에 유권자가 다닥다닥 붙어서 입장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서울 동작구청 5층에 위치한 사전투표소에 유권자가 다닥다닥 붙어서 입장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투표를 마친 김모(28)씨는 “근처에서 공부하다가 친구들과 왔다”면서 “마스크를 하고 손 소독제를 하니까 걱정은 덜 되는데 간격 조정이 미흡한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입구에서 거리를 벌려달라고 말은 하는데 말로만 할뿐 특별히 신경 쓰는 것 같진 않았다”고 했다.

방역 지침 어기고 엘리베이터 인원 초과하기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 투표일인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풍림스페이스본 1단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전 투표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뉴스1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 투표일인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풍림스페이스본 1단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전 투표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뉴스1

감염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엘리베이터에서도 수칙을 어기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동작구청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5명까지만 탑승하도록 했지만 8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난 꼭 타야 한다”며 이미 5명이 타 있는 공간에 강제로 들어갔다. 자원봉사를 나온 20대 이모씨는 “오늘 이런 상황이 종종 있었다”면서 “밀고 들어오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후 4시 기준 투표율이 9.74%로 집계됐다고 했다. 지난 20대 총선의 사전투표의 동시간대 투표율보다 5.28%포인트 높은 수치다. 사전투표는 만 18세 이상 국민에 한해 10~1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전국 3508곳의 투표소에서 별도 신고 없이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다. 다만 체온이 섭씨 37.5도 이상이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별도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