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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해외 매출이 86%인데…애플·화웨이 등 '5대 고객사' 불안불안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로 미국이나 유럽의 경기가 악화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86%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실적도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S 20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코로나19로 미국이나 유럽의 경기가 악화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86%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실적도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S 20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5대 고객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매출(230조4000억원)중 약 13%(34조원)가 '5대 큰 손'으로 불리는 애플과 화웨이, 베스트바이, 버라이즌, 도이치텔레콤 등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최근 5대 고객사는 물론 매출의 86%를 의존하고 있는 해외 시장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어 2분기부터 삼성전자의 피해도 본격화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애플, 2월 스마트폰 판매량 36% 감소   

먼저 애플은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구매하는 고객이자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경쟁자다. 애플 상황은 좋지 않다.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SA)에 따르면 애플의 지난 2월 중국시장 판매량은 49만4000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60%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월 대비 판매량이 36% 줄었다. 3월 이후는 더 문제다. 애플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애플은 이들 지역 매장 대부분을 폐쇄한 상태다. 애플 측은 "5월 초까지 정상적인 매장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고, 투자은행인 UBS는 "아이폰 수요 감소가 올 6월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9월로 예정된 신형 아이폰(아이폰12) 출시 연기설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사람들은 (스마트폰보다) 화장지나 식료품 구매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애플의 9월 신제품 출시는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IB)인 웨드부시는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 9억2500만명 중 3억5000만명이 교체 시기에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교체 수요가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하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매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베스트바이, 미 전역 1033개 매장 폐쇄  

베스트바이는 삼성전자 CE(TV·가전) 부문의 가장 큰 고객이다. 베스트바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판매법인(SEA)과 직접 계약을 맺고 북미 1033개 매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판매한다. 특히 북미지역이 삼성전자 해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8%에 달한다. 하지만 베스트바이는 코로나19로 지난달 23일부터 미국 내 모든 매장의 운영을 사실상 중단했다. 온라인 고객을 위해 매장 주차장이나 구매자 집에서 제품을 인도하는 ‘도로변 픽업 서비스(curbside pickup)’만 운영 중이다.

베스트바이의 매출은 온·오프라인 비중이 엇비슷하다.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 TV나 가전의 오프라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다만, 베스트바이는 1~3분기보다 4분기에 매출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최근 3년간 주당순이익(EPS)은 1~3분기는 0.88달러, 4분기는 2.68달러였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코로나19가 가을 전에 종식된다면 블랙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가 몰려있는 4분기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화웨이, 2월 스마트폰 판매량 69% 급감 

화웨이는 2018년 이후 삼성전자의 상위 5대 고객에 이름이 올라있다. 화웨이가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업체에서 구매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만 약 13조원 어치에 달한다. 화웨이의 올해 전망 역시 어둡다. 화웨이의 2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69% 급감했다. 중국 내 판매 부진이 결정적이다. SA는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75% 수준인 1억8000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화웨이 앞에 놓여있는 미국의 추가 제재는 변수다. 최근 미 상무부는 미국에서 설계된 반도체 장비로 생산되는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수출 허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에릭 쉬 화웨이 회장은 "미국의 제재가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나 미디어텍 칩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도이치텔레콤은 매장 폐쇄, 버라이즌은 5G 투자 연기   

통신사업자인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미국 버라이즌도 삼성전자의 유럽·북미시장 최대 고객으로 꼽힌다.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사간다. 도이치텔레콤은 지난달 18일부터 독일 내 500개 매장과 미국·네덜란드 매장의 80%를 폐쇄했다. 이로 인해 주가가 한 달 새 30% 폭락했다. 이달 20일까지로 예정된 독일 정부의 통행 제한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독일경제연구소(IW)는 통행 제한이 6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10%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스마트폰 수요는 감소하고 5G 구축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에는 달갑지 않은 얘기다.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은 미국 내 5G 망 구축에 가장 선두에 서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5G 망 투자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 버라이즌은 이미 연초 5G 홈서비스 확장 연기를 발표했고, 코로나19로 일정을 더 늦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미국 내 다른 통신사업자의 투자 일정은 물론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판매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스 베스트버그 버라이즌 최고경영자는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버라이즌의 매출에 미치는 악영향을 말하기는 아직 판단이 이르다"고 밝혔다.

삼성, 해외 시장 살아나야 실적 개선 기대   

삼성전자는 결국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코로나19가 언제쯤 종식되느냐에 올해 실적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부정적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가전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있어 이로 인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시장 매출이 절대적인 삼성전자로서는 코로나19가 2분기 안에 거의 종료돼야 하반기에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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