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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23만7653원이면 100만원 못 받는다는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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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호 01면

3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총 1만62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지역상품권 등으로 최대 100만원을 주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윤종인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TF) 단장(행안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3월 기준 신청가구원에 부과된 건강보험료를 합산해 하위 70%에 해당하면 지원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고액 자산가’는 배제할 방침이다.

논란 많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빨리 풀어 돈 돌게 해야 하는데 #고액 자산가 구체기준 없어 혼란 #경계선상 탈락자들 불만 불보듯 #자영업자는 2년 전 수입 기준 #소득 변동분 제대로 반영 못 해 #“포괄 지급 뒤 고소득자는 환급을”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서둘러 기준을 내놨지만 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고액 자산가’의 구체적 기준을 밝히지 않은 데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형평성 문제가 여전히 논란의 불씨로 남아서다. 모호한 기준 탓에 경계선상에서 탈락하는 경우의 불만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밝힌 선정 기준선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직장·지역 모두 있는 혼합가구로 나뉜다. 건보료 본인부담금 기준 직장가입자는 1인 가구 8만8344원, 2인 가구 15만25원, 3인 가구 19만5200원, 4인 가구 23만7652원 이하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1인 가구 6만3778원, 2인 가구 14만7928원, 3인 가구 20만3127원, 4인 가구 25만4909원이 커트라인이다.

사실 건보료 잣대는 양날의 검이다. 대상 가구를 쉽게 걸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은 거의 모든 국민이 가입돼 있어 별도의 조사없이 대상자를 확인할 수 있고, 직장 가입자의 경우 100인 이상 사업장인 경우 전월 소득이 바로 반영되는 등 최신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 대로다.

하지만 건보료의 태생적 한계는 또 다른 논란의 불씨다. 우선 소득 변동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일부 사업장을 제외한 직장가입자 건보료는 지난해 원천징수액을 기초로 매긴다.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재작년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코로나19 여파를 따지기 어려운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양성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최근 급격히 소득이 줄었지만, 건보료에 반영되지 않은 자영업자 등은 관련 소득을 증빙해 신청하면 이를 반영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다. 지역가입자는 집과 자동차 등 가구원의 자산을 따진 소득평가액에 따라 건보료를 매긴다. 집 때문에 지역가입자는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데, 집이 있어도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직장가입자는 지원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 살고 있는 이모(50)씨는 “지난 1월 실직해 소득이 없지만 상가주택을 한 채 보유해 건보료가 25만원 나오는 탓에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며 “임대도 안 되고 수입도 없는데 지원금도 못 받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생계를 위해 맞벌이에 나선 가구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도 있다. 재난지원금 수령은 건보료 ‘합산’이 기준인 만큼 소득 사정이 비슷해도 근소한 차이로 지급 대상에서 빠질 수 있어서다. 회사원 김모(45)씨는 “아이 셋이 코로나로 집에 있어 돌봄 문제부터 하루하루가 재난 상황인데 맞벌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빠지니 상실감이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행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빨리 지원금을 풀어 돈을 돌게 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기준 논란에 발목이 잡혀서다. 대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 김모(42·여)씨는 “고소득자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준 뒤 연말정산 때 환급을 덜 받도록 하면 될 텐데 이렇게까지 기준을 나눠야 하나란 생각이 든다”며 “차라리 고위직·고소득자 중심으로 기부운동을 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산을 넣거나 소득 기준에 따라 가르는 방식으로 하면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번 같은 경우는 단순하고 포괄적인 기준으로 지급한 후 나중에 돌려받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일회성 긴급 지원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김현예·황수연·허정원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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