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권혁재 핸드폰사진관]폰카로 DSLR급 야생화 사진찍기 - '봄꽃의 여왕' 얼레지

중앙일보

입력

얼레지 / 청평 화야산

얼레지 / 청평 화야산

얼레지는 ‘봄꽃의 여왕’으로 불립니다.
얼마나 자태가 고우면 여왕으로 대접받을까요?
실제로 보면 왜 여왕인 줄 알게 됩니다.
그 자태에 누구나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얼마나 대단한 꽃이기에 머리를 조아리게 되냐고요?

얼레지 / 청평 화야산

얼레지 / 청평 화야산

꽃잎마다 알파벳 W 문양이 있습니다.
그 문양이 왕관과 흡사합니다.
고개를 숙인 꽃의 문양을 보려면
꽃보다 자세를 낮추어야 합니다.
머리가 땅바닥에 거의 닿아야만 문양을 볼 수 있습니다.

얼레지 / 청평 화야산

얼레지 / 청평 화야산

‘봄꽃의 여왕’을 알현하려
경기 가평군 청평 화야산에 올랐습니다.
흐린 데다 어둑할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무채색 숲에 분홍빛 하늘거림이 비쳤습니다.
먼발치에서도 금세 알아볼 수 있습니다.

얼레지 / 청평 화야산

얼레지 / 청평 화야산

곱기도 곱지만,
품은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조영학 작가가 들려준 얼레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얼레지 / 청평 화야산

얼레지 / 청평 화야산

“이 꽃이 5월쯤에 씨를 떨어뜨리면
묻혀서 꽃이 피기까지 거의 7년이 걸린답니다.
1년 있다가 이파리가 하나 나고,
3년 있다가 이파리 두 개 나오고,
그렇게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피는 게 7년입니다.
저는 이 꽃을 보면 메릴린 먼로가 연상됩니다.
메릴린 먼로의 치마가 확 올라가는 장면 기억하시죠?
젖혀진 꽃잎이 먼로의 치마와 흡사하잖아요.
그리고 그 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7년 만의 외출’이잖아요.
얘도 꽃이 피고 나서 7년 만에 처음 세상을 보는 것이니….”

조 작가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절묘합니다.
게다가 꽃 하나 피워 올리는 데 무려 7년이라니요.

얼레지 / 청평 화야산

얼레지 / 청평 화야산

이런 얼레지가 예전엔 멸종위기까지 몰렸었다고 합니다.
이파리가 나물로 유명했기 때문이랍니다.
이파리 하나와 꽃 하나에 담긴 세월을 알면
함부로 캐서는 안 되겠습니다.

얼레지 사진을 찍을 땐 해를 마주 본
역광에서 찍는 게 제일 곱습니다.
빛 받은 꽃잎의 속살이 눈부시게 사진에 담기게 됩니다.
그리고 W 문양과 암술과 수술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얼레지 / 청평 화야산

얼레지 / 청평 화야산

더구나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얼레지가 꽃잎을 닫아 버립니다.
수술의 꽃밥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그럽니다.

얼레지 / 청평 화야산

얼레지 / 청평 화야산

화야산을 찾은 날은 날이 흐렸습니다.
곧 비가 올 것같이 어둑해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일정을 마치고 들린 터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방에서 휴대용 손전등을 꺼냈습니다.
역광이 되게끔 얼레지 뒤에서 꽃잎을 향해 비추었습니다.
빛 받은 꽃이 새가 되어 날아갈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세한 촬영 장면을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동영상으로 제 휴대폰 촬영 화면을 확인해 보십시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