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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정병국 "공천 막판에 먹칠, 최고위가 보여준 건 야욕"

중앙일보

입력

정병국 미래통합당 인천ㆍ경기권역 공동선대위원장. [사진 정병국 의원실 제공]

정병국 미래통합당 인천ㆍ경기권역 공동선대위원장. [사진 정병국 의원실 제공]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은 “다 집어던지고 싶다”고 자조했다. “통합당 공천이 잘 하다가 막판에 오점을 냈다”는 이유였다. 통합당 공천은 지난 12일부터 삐걱댔다. 당 최고위가 이날부터 인천 연수을 등 몇개 지역에 재의(再議)를 요구하며 공천에 관여하기 시작해서다. 공천 장면을 바라보던 그는 “사기 당한 심정이다. 최고위가 보여준 것은 권력을 잡은 이의 사심과 야욕”이라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을 내려놓은 희생(불출마 선언)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라고 되뇌었다. 지난 9일 했던 불출마 선언을 후회하는 듯 들렸다. 26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정 의원을 만났다.

통합당 공천을 총평하자면?
낙제는 아니다. 계파간에 나눠먹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언론에서 어느 계가 더 득세했네 이런 건 말장난이다. 탕평은 황교안 대표가 관여하지 않아 가능했다. 30년 동안 정치하며 고치지 못한 병폐가 ‘패거리 정치’다. 이번만큼은 그게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잘못됐다는 건가
(당 지도부가) 잘 해놓고 막판에 그야말로 먹칠을 했다. 오점을 남길 이유가 있었나.

통합당 공관위원인 김세연 의원은 27일 “최고위가 당헌ㆍ당규의 파괴자가 됐다. 공관위 참여를 후회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나 정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도 직무를 유기했다”며 ‘공관위 책임론’을 함께 들고 나왔다.

공관위의 책임은 뭔가
공관위가 막판에 김형오 위원장이 빠져서 그런지 책임감이 너무 없었다. 직무를 유기하면서 당 지도부 행태에 손뼉을 쳐줬다. 끝까지 공관위가 결과를 사수하지 못하면서 반발하는 낙천자에게 명분을 줬다.
총선에 어느 정도 악재가 될까
큰 영향을 미칠 거다. 당 지도부나 선대위가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거냐는 의심이 든다. 우리가 지향했던 원칙과 가치를 우리 손으로 무너뜨렸다.
불출마 선언을 후회하나
아무리 잘못된 칼이라도 나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을 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무슨 의미가 있었는가 회의가 든다.
정병국 의원

정병국 의원

정 의원은 통합당의 ‘청년 공천’을 두고도 아쉬움을 표했다. “유리한 지역이라고 하는 서울 강남이나 영남 지역은 ‘청년ㆍ여성 지역구’로 지정해 접근했어야 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통합당의 청년벨트인 ‘퓨처메이커’ 10개 지역은 통합당이 상대적 열세인 경기도에 집중돼있다. 정 의원은 과거 새보수당 시절 ‘청년정치학교’ 교장을 맡기도 했다.

청년을 더 배려했어야 한다는 건가
예를 들어 강남이 5석인데 그러면 2석은 청년ㆍ여성에게 배분하고, 대구ㆍ경북(TK)과 부산ㆍ울산ㆍ경남(PK)에서도 2~3석 씩은 청년들끼리 묶어서 경쟁하도록 했어야 한다. 이미 공천이 끝났으니 출마한 청년들이 성공할 수 있게 뒷바라지 역할이라도 제대로 해줘야 한다.
화성을과 의왕ㆍ과천에서는 최고위가 청년공천을 취소했다
안타깝다. 공관위가 오디션으로 발탁해놓고 당 지도부가 권한을 박탈한다고 하면 통합당이 청년정당을 지향한다고 얘기할 수 있겠나. 적어도 원칙과 기준은 지켰어야 한다.

정 의원은 새보수당에서도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통합파’ 인사였다. 통합신당준비위원을 맡아 통합당 출범의 산파 역할도 맡았다. 그래서인지 당 공천을 비판하면서도 “문재인 폭정은 막아야 한다. 마지막 개혁의 불꽃은 꺼뜨리지 않겠다”며 현 체제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진 않았다. 그에게 통합당이 해야할 일을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폭정과 실정은 이미 다 안다. 실정ㆍ폭정보다 이제는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다수당이 되면 뭘 하겠다는 걸 내세울 때다. 그게 없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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