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언박싱]6번째 리턴매치, 연세대 81학번 우상호vs이성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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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총선 언박싱(unboxing)-더비’는 제21대 총선에서 화제의 격전지를 집중 분석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로서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와 속사정, 중앙일보만의 깊이있는 분석 등을 꼭 집어 정리해드립니다.

총선언박싱 우상호 이성헌

이쯤 되면 정치권의 영원한 맞수로 기억될 만하다.
여섯 번째 한 지역구에서 맞붙게 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성헌 미래통합당 후보다.

연세대 81학번 동기로 나란히 총학생회장을 거친 이들은 공교롭게도 2000년(제16대) 총선 이래 20년간 여섯 번째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지역구도 모교 연세대가 자리 잡은 서대문갑이다. 나이는 군 복무 후 대학에 입학한 이 후보가 네 살 위다. 사석에선 우 후보가 이 후보에게 ‘형’이라고 한다.

우상호 VS 이성헌, 5전 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태 전적은 3승 2패로 현역인 우 후보가 앞선다. 금배지는 이 후보가 4년 먼저 달았지만 최근 두 번의 선거에서 우 후보가 거푸 이기며 역전했다.

둘은 서로에 대해 “정이 많이 들었다. 행사에서 항상 옆에 앉는데 당(黨) 사정이나 가족 얘기도 주고받는 사이”(우상호) “20년 대결은 흔한 일이 아닌데, 전생에 무슨 질긴 인연이 있었나 보다”(이성헌)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곳은 몰라도 우리는 지금껏 페어플레이를 해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4~25일 선거운동에 나선 두 후보를 동행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일대에서 선거운동 중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포토]

25일 오전 7시 30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에서 아침 인사에 나섰다. 청남색 정장과 구두 차림의 그는 흰색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국민 여러분 함께 이겨냅시다’라는 패널을 들고 있었다. 최근 두 차례 연이어 당선된 덕분인지 알아보는 시민이 많았다.

한 버스 운전기사는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고 흔드는가 하면, 경적을 여러 차례 울린 뒤 우 후보가 바라보자 창문을 열고 팔을 치켜든 운전자도 있었다.

우 후보는 “이 지역에서 20년 가까이 선거를 치르면서 언론에 노출도 많이 됐고(웃음), 오래 사신 주민은 어지간하면 저랑 한두 번씩은 식사도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우 의원, 원내대표도 하고 체급이 많이 올라갔다. 지역 위해 더 열심히 해달라’는 말씀을 하신다. 힘 있는 여당 후보라고 생각하시는 건데 ‘소탈하고 변함없다’는 말을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홍보하는 대형 플래카드 [중앙포토]

연희동은 우 후보의 '전략 지역'이다. 그는 "보수표가 많은 연희동은 내가 몇 배씩 노력하는 지역"이라며 "덕분에 당은 미래통합당을 찍어도 후보는 우상호 찍어주는 분들이 있다. 최근 승리의 비결"이라며 웃었다.

그는 “이번 총선 같은 선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거리에 사람이 없다. 제가 여기서 국회의원 선거 5번, 대통령 선거 3번, 지방선거 4번 치렀는데 이렇게 없는 건 처음 봤다”며 “정치적 비전이나 소망을 전달 못 하니 깜깜이 선거다. 당황스럽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선거 결과에 대해선 “제가 낙선도 해보고 당선도 해봤는데, 지금은 당선할 때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까도 보셨겠지만 인사하면 격려를 많이 해준다. ’일 많이 했다‘는 반응이 많고, 코로나19로 정부의 대응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하면서다.

25일 서울 연희로 일대에서 선거운동 중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본지 손국희 기자가 만나고 있다. [중앙포토]

그는 마포보다 낙후됐다는 지적에 대해 “지역 발전이라면 아무래도 여당의 힘 있는 중진이 더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며 “지금 대통령, 서울시장, 구청장이 모두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 지역구에 서부 경전철과 강북횡단선 등 지하철 노선 두 개를 유치했다. 서대문은 교통 불편 호소를 많이 하는데 두 개 모두 조기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24일 안산 일대에서 선거운동 중인 이성헌 미래통합당 후보 [중앙포토]

24일 오전 9시 검은색 등산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나선 이성헌 미래통합당 후보는 서울 신촌동 안산 인근에서 환경미화 봉사활동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 후보는 “원래 새벽 4시면 일어난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엔 무조건 안산에 오른 뒤 주변 청소를 하곤 했다”며 “더구나 요즘 같은 땐 이렇게라도 지역에 보탬이 돼야죠”라며 웃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후보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안산 일대를 선거운동의 베이스 캠프로 잡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이 후보 측에 따르면 안산 인근 주택가는 자동차를 이용해 들어오기 어렵고, 봉원사 등 사찰이 자리 잡고 있다. 자연히 두 발로 직접 찾아가 호소해야 한다. 이 후보는 “매일 안산을 돌다 보니까 이골이 나서 이젠 숨이 차거나 다리가 아픈 느낌도 없다”고 했다. 등산하는 주민과 마주치자 얼른 허리를 숙여 “안녕하세요, 이성헌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것보다는 산길에서 마주치고 인사하는 게 더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성헌 미래통합당 후보를 홍보하는 대형 플래카드 [중앙포토]

1958년생인 이 후보는 2000년 총선 때 42세로 금배지를 달았다. 비교적 일찍 국회 입성한 셈이다. 하지만 19ㆍ20대 연거푸 우 후보에게 패하면서 최근 8년을 야인으로 보냈다. 어느새 62세인 이 후보에겐 이번 총선이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

이 후보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이 빵의 가치를 안다’는 말이 있지 않나. 예전엔 능력이 뛰어나서 국회의원이 된 줄 알았는데 낙선해서 8년간 지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동안 지역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자신을) 단련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주민들이 ‘꼭 이겨야 한다. 당신들이 이번에 제대로 못 하면 나라가 큰일 날 거다’라든가 ‘내가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했지만, 이제는 고개 돌렸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