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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7개월 딸 방치 살해' 부부, 항소심서 대폭 감형 각 10년, 7년 받아

중앙일보

입력

 생후 7개월된 A(1)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있는 아버지 A(왼쪽)씨와 어머니 B양(오른쪽)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하기 위해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생후 7개월된 A(1)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있는 아버지 A(왼쪽)씨와 어머니 B양(오른쪽)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하기 위해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생후 7개월된 딸을 방치해 사망하게 한 20대 부모가 항소심에서 형을 대폭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1심 양형에 부당한 측면이 있다”며 남편 A씨(22)에게 징역 10년을, 아내 B씨(19)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A씨는 징역 20년을, 미성년자였던 B씨는 장기 15년, 단기 7년형을 받았다.

A씨 부부는 지난해 5월 엿새 동안 인천의 자택에 딸 C양을 방치했다. 먹을 것이나 위생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C양은 결국 숨지고 말았다. A씨 부부는 C양이 숨진 것을 안 뒤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며칠간 사체를 집에 뒀다. 이들은 살인과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ㆍ방임)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서 인천지법은 “3일 넘게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굶다 딸이 사망하게 한 피고인들의 범행 수법은 매우 잔혹하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징역 20년, B씨는 징역 장기 15년~ 단기 7년을 받았다. 1심 선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B씨는 소년법 적용을 받았다.

지난 5일 항소심 공판에서 법원은 A씨 부부에 대한 대폭 감형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B씨에 대해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B씨만 항소했기 때문에 B씨에게 1심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또 이런 경우 함께 재판받는 A씨에 대해서도 형량에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설명해 주목받았다.

재판장 “1심 양형 부당, 검사 항소했어도 같은 형이었을 것”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소년이 아닌 성인이 됐기 때문에 징역 7년을 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A씨 양형도 B씨 양형과 비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소심은 “1심에서 이 범행이 양형 기준상 ‘잔혹한 범행수법’에 해당한다고 봤는데, 이 경우는 잔혹한 수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1심 양형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살인죄의 양형을 정하며 ‘잔혹한 범행 수법’을 형을 더 무겁게 하는 요소로 고려했는데 이 부분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항소심은 판결문에서 "살인죄 양형가중요소인 '잔혹한 범행수법'은 주로 방화로 사람을 살해하거나 폭발물을 이용한 살해, 피해자의 신체를 칼 등으로 수십차례 가격한 경우 등"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처럼 C양이 물이나 음식을 먹지 못해 사망한 경우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추가 설명을 했다. 재판부는 “지난번 검찰의 실수를 지적한 것은 언론에 난 것과 조금 다른 취지”라며 “검사가 1심 양형에 대해 항소를 했다 하더라도 오늘 선고와 동일한 형이 선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지검, “법원 설명 사실과 달라, 항소 검토할 것”

A씨 부부를 재판에 넘긴 인천지검은 선고 직후 입장을 냈다. 인천지검은 “검찰은 A씨 부부에 대해 선고 가능한 최고 형을 구형했고, 1심 법원에서 검찰 구형과 동일한 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항소를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항소심의 판결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했다. 검찰은 “B씨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적정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 견해에 따르면 재판이 수년 동안 파기 환송된 뒤 피고인이 성인이 된 경우에도 소년범일 때 받은 단기형 이하만 받으므로, 모든 소년범에 대해 일률적으로 항소해야 하느냐”라고 덧붙였다.

이어 A씨에 대한 감형도 비판했다. 1심과 달라진 사정이 없는데, B씨 형과 비교해 두 사람 사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A씨도 감형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인천지검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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