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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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대체적으로 예방의학적인 측면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한의학 의 최고(最古)의서인 황제내경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음식, 운동 및 정신적 수련등을 통하여 변화하는 외계기후 변화에 대한 인체의 적응력을 조절함 으로써 질병의 발생을 방지할 것을 강조하였으며, 이미 발생한 질병을 다스 리기 보다는, 사람의 허한 장기를 파악하여 병이 들기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자를 훌륭한 의사라고 하였다.

예를 들면 심장에 병이 있어 심장병이 폐로 파급될 것을 미리 알아서 먼저 폐를 충실하게 하는 것인데, 이것을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면연력을 증강시키는 것이다. 한방치료의 원칙은 특정한 병균이나 바이러스를 치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신체의 전면적인 치료를 실시하는 것이므로 치료에 임하여 환자의 체질과 오장육부의 허와 실을 가장 먼저 진단한다. 이는 병든 사람의 항병력(抗病力)과 면역력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즉, 감기가 오래되어 전체적인 기력이 저하되었을때, 병사를 쫓아내는 감기약에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쌍화탕을 합하여 투여하면 빠른 효과를 얻음을 경험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한의학에서 보약을 위주로 하고 치료약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환자로 하여금 면역력을 증가시키어 병을 퇴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는 병이 치유된 후에도 그 환자를 진찰하 여 어떤 장부나 국소적인 허약증(즉, 면역기능이 저하된 부분)이 진단되면 여기에 알맞는 보약을 투여하여 병의 재발을 방지한다.

그러나 보약이라고 하여 무조건 십전대보탕만 복용한다고 해서 면역력이 증가되는 것이 아니라 체질의 음양을 정확히 구분하고, 허한 경우에는 양 허인가 음허인가, 또 오장육부 중 특히 어느 장기가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허한 상태인가를 한의사의 정밀한 검사를 받은 후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래들어 개소주나 흑염소가 몸에 좋다고 하여 한의사의 정확한 진찰없이 한약재와 혼합, 복용하여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허한 장기의 면역력을 증강시킨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실한 것을 잘못 보하여, 인체 음양의 불균형 을 더욱 심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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