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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피해자 ‘ㅋㅋㅋ' 문자 검토 끝에 김건모 기소의견 송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수 김건모가 지난 1월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피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가수 김건모가 지난 1월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피고소인 조사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고소 108일 만에 송치 

경찰이 25일 가수 김건모를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했다. 김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가 A씨를 대리해 지난해 12월 고소장을 제출한 지 108일 만이다.

이날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는 가수 김건모를 강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밝혔다. 기소의견이란 김씨가 A씨를 성폭행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뜻이다. 경찰은 김씨 측이 제출한 반박 증거와 A씨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한다.

보완 수사 거치며 장기화

경찰은 지난 1월 15일 김씨를 불러 12시간 동안 조사한 이후 2달 넘게 사건을 검토해왔다. 앞서 경찰은 검찰에 김씨 사건을 송치하려고 했지만 보완수사 지휘가 내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때 경찰에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다. 이후 경찰은 A씨 주변 인물 등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한 뒤 법리 검토를 추가로 거쳤다.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9일 가수 김건모의 성폭행 혐의와 관련한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9일 가수 김건모의 성폭행 혐의와 관련한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A씨, 김건모에게 금품 요구 없었다는 점 고려

경찰의 기소의견 판단엔 A씨가 김씨에게 직접적으로 금품을 요구하지 않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A씨가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측에 연락해 사건을 공론화하고 고소장을 제출하기까지 김씨와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또 A씨는 경찰에서 일관된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김씨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협박하지 않은 만큼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김씨 측은 가로세로연구소 측이 합의를 종용하는 식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A씨로부터 최근에 직접 연락을 받은 적은 없지만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이 같은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 측은 “김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며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평판을 생각해 다 돈을 주고 합의를 하면 연예인들에게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거라 보고 당당하게 수사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경찰, 'ㅋㅋㅋ' 문자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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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김씨가 2017년 A씨로부터 받은 문자 등도 비중 있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4월 A씨는 김씨에게 “ㅋㅋㅋ같은뱅기탔오ㅋㅋㅋㅋㅋ”(‘같은 비행기 탔어’로 추정)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강 변호사가 성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한 시점은 2016년 8월이다. 김씨는 당시 A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저장돼 있지 않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2018년 3월에는 ‘미투 운동’을 언급하며 사과할 마음이 없는지 문자로 물었다. 그해 7월엔 모바일 게임에 초대하는 메시지와 다운로드 링크를 함께 보내기도 했다. 김씨는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았다.

김건모 고소 사건 수사 본격화

가수 김건모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서평 고은석 변호사(왼쪽)와 김 씨의 소속사 건음기획 손종민 대표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김건모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서평 고은석 변호사(왼쪽)와 김 씨의 소속사 건음기획 손종민 대표가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와 경찰은 모두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성폭행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은 기록을 넘겨받아 수사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김씨는 검찰에 출석해 다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경찰은 김씨가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폭행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B씨를 고소한 사건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B씨는 지난해 말 유튜브를 통해 2007년 술집에서 김씨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고, 김씨는 허위사실이라며 B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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