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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피해 주장 여성, 김건모에 문자…"같은 뱅기탔오ㅋㅋ"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 “같은뱅기탔오ㅋㅋㅋ” 문자 확보

가수 김건모(52)의 성폭행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A씨가 김건모에게 보낸 문자를 확보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건모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A씨의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최근 제출받았다. 경찰은 A씨가 김건모에게 보낸 ‘ㅋㅋㅋ’ 등의 내용이 포함된 메시지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가수 김건모가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가수 김건모가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3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2017년 4월 초 김건모는 A씨로부터 “ㅋㅋㅋ같은뱅기탔오ㅋㅋㅋㅋㅋ”('같은 비행기 탔어'로 추정)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강용석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성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한 시점은 2016년 8월이다. A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때로부터 8개월 뒤 이 같은 문자를 보낸 셈이다. 김건모는 A씨에게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 잊고 살려 노력” VS “친근한 문자”

앞서 강 변호사는 유튜브에서 “피해자는 김건모를 잊고 살려고 노력했다”며 “성폭행당한 이후인 2017년 4월 제주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김건모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피해자가 (비행기에서) 김건모를 쳐다봤는데 김건모가 움찔하면서 모른 척했다”고 언급했다.

반면 김건모는 지난달 15일 경찰 조사에서 이 문자를 근거로 “A씨가 보낸 문자메시지는 친근감을 먼저 표시하는 내용인데,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할 만한 행동이겠느냐”며 “A씨가 누군지 알지 못해 답장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문자가 오간 것만으로 김건모에게 혐의가 있다 없다를 단정할 수 있는 단계라 볼 수는 없다"며 "전후 사정을 추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평안)는 "해당 문자는 김건모 측에 유리한 증거로 보이지만 '성인지감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어 혐의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피해자의 진술과 다른 객관적 증거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지감수성이란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성범죄 사건 등을 수사하거나 심리할 때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맥락과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경찰 "문자만으론 혐의 유무 단정 어려워"

A씨가 김건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는 또 있다. 2018년 3월 당시의 ‘미투 운동’을 언급하며 사과할 마음이 없는지 물은 것이다. 김건모는 첫 문자메시지(2017년 4월)를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문자에도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김건모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온 강용석 변호사. 최승식 기자

지난해 12월 김건모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온 강용석 변호사. 최승식 기자

그해 7월 A씨는 김건모에게 모바일 게임에 초대하는 메시지와 다운로드 링크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 같은 메시지를 모두 확보한 상태다.

김건모 측은 이같은 사실과 함께 강 변호사의 발언 오류를 들어 무혐의를 주장할 전망이다. 강 변호사는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경찰이 ‘김건모가 포르쉐 카이엔을 타고 왔었다’는 웨이터 진술을 듣고 그 차량을 압수수색했다”며 “그걸 근거로 김씨의 동선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압수수색한 김건모의 차량은 카이엔(SUV 형태)이 아닌 스포츠카였다.

이에 대해 강 변호사는 “카이엔은 다른 언론에 난 거 보고 얘기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강 변호사는 A씨가 김건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경위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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