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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한강서 사라진 멸종위기 수달을 살려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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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10)

현대사회에서 야생동물이 어려움에 처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간섭이다.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인간의 편안함과 이익을 위해 대부분은 그 수가 감소하고 때로는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에게 친근하게 잘 알려진 ‘수달’도 수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고맙게도 잘 버텨온 동물 중의 하나다.

수달은 족제비 오소리 밍크 담비 페럿 등과 같은 족제비과(Mustelidae)에 속하며, 그 중 수달아과(Lutrinae)로 분류되는 동물을 이른다. 수달아과에는 5속 13종이 있으며, 한반도에 서식하는 수달은 유럽과 아시아 북부아프리카에 걸쳐 널리 분포하는 유라시안수달(Lutra lutra)이다.

우리에게 친근한 수달은 수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고맙게도 잘 버텨온 동물중 하나다. 유라시안수달은 족제비과 동물 중에서 수중생활에 가장 잘 적응된 신체구조를 가진다. [사진 pixabay]

우리에게 친근한 수달은 수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고맙게도 잘 버텨온 동물중 하나다. 유라시안수달은 족제비과 동물 중에서 수중생활에 가장 잘 적응된 신체구조를 가진다. [사진 pixabay]

유라시안수달은 대부분의 먹이를 물속에서 구하고 위험이 닥치면 물속으로 피하기 때문에 족제비과 동물 중에서 수중생활에 가장 잘 적응된 신체구조를 가진다. 몸길이는 50~85㎝, 꼬리는 33~50㎝, 체중은 5~14㎏으로 길고 날씬한 체형이다. 다리는 짧고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고 물속에서는 귀와 콧구멍을 닫을 수 있으며 척추가 매우 유연해 수영하는데 거침이 없다.

주로 하천을 따라 생활하기 때문에 세력권은 길이로 표현하는데 암컷은 7㎞, 수컷은 15㎞에 이른다. 은신처는 물가 쪽으로 입구를 만들어 비상시 쉽게 피할 수 있도록 한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나 종종 낮에도 돌아다닌다. 먹이는 물고기가 대부분이며 양서류, 파충류, 갑각류와 조류도 포함된다. 활동이 왕성한 동물이라 먹이도 많이 필요해 하루에 체중의 10% 이상을 섭취한다.

육상보다 수중생활을 많이 하는 수달은 포유동물로서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한다. 물밑에서의 시야는 공기 중과 비교해서 굴절의 차이로 일어나는 빛에 대한 감수성, 광선의 파장 변화에 대한 적응, 초점 맞추는 능력의 수정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빛에 대한 반사 조건을 몇 초안에 보정하는 능력이 있어 곧바로 물속에 들어가 먹이를 사냥하는 데 지장이 없다. 주둥이 주변에 있는 긴 수염은 일종의 감각기관으로 매우 예민해 물고기의 움직임을 파악해 포획에 도움을 준다. 바깥 털 안쪽에 있는 치밀한 속털은 방수와 보온효과가 뛰어나 수중생활 중 물이 피부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며 체온을 유지해준다.

수달의 감소는 인간이 모피와 고기를 필요로 할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근래에는 서식지 훼손과 환경오염 등 그 원인이 복잡하다. [사진 pixabay]

수달의 감소는 인간이 모피와 고기를 필요로 할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근래에는 서식지 훼손과 환경오염 등 그 원인이 복잡하다. [사진 pixabay]

수달은 피모의 탁월한 보온능력이 일찍이 인간에 의해 간파되어 수난을 받아왔다. 수달의 모피인 ‘수달피’는 조공과 진상물, 교역의 대상으로 귀한 물건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포획이 이뤄졌다. 고려시대에는 수달을 전문적으로 포획하는 특수집단인 달호(獺戶)가 있어 수달을 잡아 진상했다 하고, 몽골이 침공할 때도 많은 수량의 수달피를 요구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 중국에 가는 사신의 휴대물품에도 수달피는 필수품목이었다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펴낸 임원경제지(林圓經濟志)에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수달을 기르는 양달포어법(養獺捕魚法)을 설명하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수달의 각 부위가 약용으로 쓰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달은 과도한 포획의 대상이 되어 왔다.

수달의 감소는 인간이 모피와 고기가 필요할 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으나 근래에는 서식지 훼손과 환경오염 등 그 원인이 복잡하다. 각 국가가 보호에 노력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그 수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는 ‘위기근접종’으로 표기된다.

영국을 비롯한 많은 유럽국가에서는 1980년대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이후 조금씩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서식지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와 독성이 강한 살충제 사용 규제 등으로 수질이 좋아져 물고기 등 먹이의 증가가 한몫했다. 일본은 2012년 유라시안수달이 일본영토에서 절멸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일찍이 일본은 서방으로 모피를 수출하고 군수물품 조달 목적으로 집중적으로 포획해 1940년대에 이르러 개체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1965년에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보호조치를 했으나 1979년에 출현한 한 개체가 마지막 수달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포획, 수질오염과 먹이감소, 도로건설과 하천정비 등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어린 수달. [중앙포토]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어린 수달. [중앙포토]

한국은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관리 하고 있다. 야생에서 절멸의 위기도 있었지만 수달의 실체가 각지의 하천에서 종종 목격되고 양식장을 기웃거리는 모습도 관찰된다.

그러나 팔당댐 하류 서울지역의 한강수계에서는 관찰기록이 거의 없다. 수달은 하천의 생물 다양성을 건강하게 해주는 수생생태계의 조절자 역할을 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지역의 한강수계에서 수달의 복원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전문가들도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머지않은 장래에 실현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수달의 임신 기간은 60~63일이며 한배에 2~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수컷은 암컷과 같은 영역에 있지만, 새끼의 양육에 관여하지 않는다. 두 달이 지나면 젖을 떼고 수영을 시작한다. 1년이 되면 어미 곁을 떠나고 2년이 넘으면 번식에 참여할 수 있다. 수명은 15년 정도이며 사육상태에서는 22년의 기록이 있다. 천적은 별로 없지만 어릴 때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 수달을 보호하고 있는 곳은 15개 기관이 있으나 국내 서식종인 유라시안수달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서울동물원, 국립생태원, 경포아쿠아리움, 한국수달연구센터 등이다. 특히 화천군에서 운영하는 한국수달연구센터는 한국에서 유일한 수달전문연구기관이다. 수달의 생태를 직접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하루를 즐길 만하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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