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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씨말리는 산불, 밀렵, 로드킬…더 무서운 '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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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8)

최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생물종에 대한 보고서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물 다양성이 계속 감소한다”고 평했다.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생물종이 2000년에 1만여종이었으나 2019년은 평가 대상 종의 27%인 3만여종으로 급격히 늘었다. 평가 대상 종이 확대돼 늘어난 면이 있지만 멸종위기종이 증가한다는 것은 종과 개체의 수가 지속해서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줄어 멸종으로 향하는 가장 큰 원인은 동물들의 생활터전인 서식지의 감소다.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먹이가 풍부하고 은폐하기 쉬운 산림지역에서 생활한다. 그러나 동물의 서식지는 인간의 개발 욕구 때문에 끊임없이 침범당한다. 주택이나 산업시설로 도시화하고, 벌목과 경작지 확대, 자연재해 등으로 서식지가 줄어들고 도로와 철도 개설로 이동통로는 단절된다. 먹이가 부족하고 환경이 열악해지니 생존이 어렵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열대우림 지역은 산불과 목초지 확보를 위한 벌목으로 몸살이다. 작년 8월에만 3만km² 넓이의 열대우림이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축구장 400만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벌목으로 훼손되는 면적도 매년 수천km²에 이른다 하니 아마존의 서식지 감소와 야생동물의 피해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마다가스카르는 전 세계 동물 종의 5%가 서식하고, 특히 파충류의 95%가 이곳에만 발견된다. 과도한 불법 벌목과 천연자원 채굴로 서식지가 황폐해지고 있다.

작년 9월에 시작해 이달 초까지 이어진 호주의 산불은 야생동물에 직격탄을 날렸다. 18만km² 이상의 산림이 없어졌으며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죽었다. 특히 호주의 대표 종인 코알라가 큰 피해를 보았고 100여종의 동물이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상황이 됐다. 서식지의 30% 이상을 산불에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태양광사업이 산림 감소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44km²의 산림이 훼손되었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이른다. [사진 Pixabay]

최근 태양광사업이 산림 감소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44km²의 산림이 훼손되었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이른다. [사진 Pixabay]

한국의 산림 훼손도 만만치 않다. 산림청에서 발간한 ‘2019한국입업통계연보’에 따르면 1961년이래 2018년까지 4470km²의 산림이 사라졌다. 이는 지리산국립공원의 9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최근에는 태양광 사업이 산림 감소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44km²의 산림이 훼손됐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이른다. 사업이 지속되고 있어 매년 상당한 면적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과도한 포획이나 밀렵도 야생동물의 보전에 걸림돌이다. 대부분 장식용이나 전통적인 식용, 약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상아는 장식용으로 고가로 거래되기 때문에 밀렵으로 인해 최근까지 아프리카코끼리의 개체수 감소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코뿔소의 뿔은 중국전통의학에서 최음제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에 금에 상응하는 고가로 거래되기도 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프리카에서 최근까지 매년 1000마리 정도가 불법포획 되었다.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는 사향노루는 사향채취목적으로 1980년대까지 포획되어 개체수가 감소하였으며 국내는 절멸 위기다. 호랑이의 가죽은 장식용으로, 고기와 특정 신체 부위는 진통제과 최음제로 사용되며 동남아시아에서 1990년대까지 밀렵이 성행했다. 한국은 일제강점기 초기에 대대적인 포획으로 야생에서 절멸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의 불법포획과 거래는 강력히 규제하고 있어 밀렵은 감소하고 있으나 근절되지는 않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멸종위기종인 산양이나 반달가슴곰이 올무에 걸려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공해나 환경오염도 개체수 감소에 한몫한다. 다윈이 진화론을 완성한 갈라파고스 섬은 면적의 97%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주민들이 늘어나고 주거시설이 확충되면서 자연지반이 훼손되고 자연을 파괴하는 생태관광이 이어지는 현실이다. 갈라파고스 거북과 이구아나, 바다사자는 차량을 피해 다녀야 하고 소음에 시달린다. 오염된 환경에 병들고 쉴 곳은 관광객에게 빼앗기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물을 뒤진다. 희귀동식물의 보고인 갈라파고스도 위기다. 한국에서도 유조선의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해양오염과 공장폐수의 하천방류로 인한 수생생물의 폐해는 이미 수차례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 야생동물의 멸종원인으로 가장 심각하게 꼽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의 온도는 2.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현재 생명체의 1/3이 멸종할 것으로 본다. [사진 Pixabay]

최근에 야생동물의 멸종원인으로 가장 심각하게 꼽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의 온도는 2.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현재 생명체의 1/3이 멸종할 것으로 본다. [사진 Pixabay]

동물이 이동 중 도로에서 차량 등에 치여 죽는 로드킬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는 고속도로에서 2000여건, 국도에서 9000여건 등 연간 1만7000마리 이상이 로드킬에 의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2019년에 교통사고로 전국의 야생동물센터에 구조 이송된 동물도 1741마리에 이른다. 고라니와 너구리가 대부분이나 멸종위기종인 삵도 종종 당한다.

외래종의 유입으로 토종이 위기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블루길이나 배스라는 외래어종이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고 황소개구리가 토종개구리와 도롱뇽 등을 잡아먹어 생태계를 교란한 바 있다. 식용 및 모피를 목적으로 들여온 뉴트리아도 방생되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나 가축과 달리 질병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질병이 유입되어 감염된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 같은 굴에서 생활하거나 먹이사슬 구조가 질병의 전파를 확산시킬 수도 있다.

최근에 야생동물의 멸종원인으로 가장 심각하게 꼽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추세로 간다면 세기말의 온도는 2.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현재 생명체의 3분의 1이 멸종할 것으로 본다. 지구온난화를 최소화하려는 인간사회의 노력이 지연된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야생동물의 멸종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야생동물은 자연 생태계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생태계의 건강은 지구환경의 건강을 의미한다. 지구환경은 인간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인간이 지구환경과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보전해야 할 이유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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