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무리 정복한 수컷 사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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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5)

사자는 야생동물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용맹함의 상징이 되고 있다. 해부 생리학적으로 고양이과에 속해 호랑이와 비슷하지만 생활습성은 다른 점이 많다. [사진 pixabay]

사자는 야생동물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용맹함의 상징이 되고 있다. 해부 생리학적으로 고양이과에 속해 호랑이와 비슷하지만 생활습성은 다른 점이 많다. [사진 pixabay]

야생동물의 세계에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이 있다. 그 정점에 있는 최상위 포식자는 용맹함의 상징으로 대접을 받는다. 아시아지역의 최상위에 호랑이가 있다면 아프리카에는 사자가 있다. 사자도 고양이과에 속해 해부 생리학적으로는 호랑이와 비슷하지만 생활습성은 다른 점이 많다.

사자는 현재 아프리카 남부와 동부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아프리카사자와 인도 서부지역과 아프리카 서부, 중북부에 제한적으로 있는 아시아사자 2개아종이 있다. 북미지역과 유라시아 중동지역에도 분포하였던 기록이 있으나 오래전에 절멸하였다. 아시아사자는 인도의 기르국립공원의 한정된 지역에서 보호받고 있는 500여마리 외 아프리카 일부지역에 분포하는 200여 마리가 전부다. 아프리카사자는 야생에서 4만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그 숫자도 점점 줄고 있다.

사자의 몸길이는 160~210cm, 꼬리길이 70~100cm, 체중은 110~230kg에 이르며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 사자의 특징인 수컷의 갈기는 생후 1년부터 생기기 시작하여 성장할수록 길게 자란다. 색깔도 황색 갈색 적갈색으로 점차 진해져 검정색에 가깝게 된다. 갈기는 동종 간의 싸움에서 목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갈기가 풍성하며 조밀하고 검은색을 띠는 것은 건강한 성년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조사에 따르면 암컷들은 갈기가 검고 건실한 수컷과 짝짖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수컷의 갈기는 생후 1년부터 생기기 시작하여 성장할수록 길게 자란다. 갈기는 동종간의 싸움에서 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풍성하고 검은색을 띠는 것이 건강한 성년을 나타낸다. [사진 pixabay]

수컷의 갈기는 생후 1년부터 생기기 시작하여 성장할수록 길게 자란다. 갈기는 동종간의 싸움에서 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풍성하고 검은색을 띠는 것이 건강한 성년을 나타낸다. [사진 pixabay]

사자는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 가장 사회적이다. 무리의 범위는 4~37마리지만 보통은 15마리로 암컷5~6마리, 수컷 2~4마리와 그들의 새끼로 이루어진다. 무리 안의 암컷들 관계는 생을 마칠 때까지 지속되며 다른 암컷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새끼수컷은 2~3년 지나 번식 적령기가 되면 무리를 떠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무리를 떠난 수컷은 홀로 또는 같은 처지의 수컷과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거처를 물색한다. 새로운 무리를 만든다는 것은 기존의 무리를 공격해서 이겨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누, 얼룩말, 버팔로, 앤틸롭, 기린 등 150~500kg의 초식동물이 주로 사냥감이 된다. 두 마리의 사자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여 한쪽이 실패하면 다른 쪽에서 잡으려는 경우와 무리 전체가 여러 방향으로 접근하여 사냥을 하기도 한다. 여러 마리가 협력해서 사냥하는 것이 성공률이 높지만 20%에도 못 미친다. 토끼나 작은 크기의 동물에는 관심이 없지만 어미 코끼리나 코뿔소, 하마 등 초대형 동물에는 거의 접근을 하지 않는다. 수컷은 때에 따라 홀로 사냥을 하지만 그룹사냥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암컷들이 사냥한 먹이를 받는다.

사자는 순간 최고 시속 60km로 달릴 수 있으나 다른 동물에 비해 지구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심장의 크기가 몸무게의 0.5% 정도로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거리를 전속력으로 뛸 수 없기 때문에 사냥할 때는 목표물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근거리를 폭발적으로 뛰어들어 넘어뜨려 숨통을 끊는 방법을 택한다.

사자는 다른 동물에 비해 지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냥할 때는 목표물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근거리를 폭발적으로 뛰어들어 넘어뜨려 숨통을 끊는 방법을 택한다. 이때 순간 최고 시속은 60km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사자는 다른 동물에 비해 지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냥할 때는 목표물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근거리를 폭발적으로 뛰어들어 넘어뜨려 숨통을 끊는 방법을 택한다. 이때 순간 최고 시속은 60km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수컷의 주 임무는 영역을 지키고 무리를 외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떠돌이 수컷들은 새로운 무리를 만들기 위해서 힘을 모아 공격을 감행해야 한다. 기존의 무리도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는 싸움을 걸어야 한다. 싸움에서 패한 수컷들은 무리를 떠나야 하고 승리한 수컷들은 새로운 무리를 차지한다. 수컷이 맨 먼저 하는 일은 차지한 무리의 새끼들을 죽이는 것이다. 암컷의 번식능력을 빨리 회복시켜서 짝짓기 시기를 앞당겨 자기의 종족을 퍼뜨리기 위함이다.

임신 기간은 평균 110일이며 한배에 2~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어미의 보살핌을 받지만 때로는 새끼를 남겨두고 사냥할 경우도 있어 외적에게 잡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편 어미의 무관심과 먹이의 부족으로 나이든 새끼들도 죽을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2살이 될 때까지 살아날 확률은 20%에 불과하다. 3년이 되면 번식 활동이 가능하며 수명은 15년 정도이다.

사자는 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했을 때나 무리의 세력권 주변을 경계하며 경쟁자들의 접근을 경고하기 위해 포효를 한다. 포효는 9km까지 뻗어 나가는데, 뭇 짐승들이 사자의 포효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한다는 사자후(獅子吼)를 내뿜으며 백수(百獸)의 왕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사진 pixabay]

사자는 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했을 때나 무리의 세력권 주변을 경계하며 경쟁자들의 접근을 경고하기 위해 포효를 한다. 포효는 9km까지 뻗어 나가는데, 뭇 짐승들이 사자의 포효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한다는 사자후(獅子吼)를 내뿜으며 백수(百獸)의 왕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사진 pixabay]

사자는 풀이 많은 평원지역을 선호한다. 시각 청각 후각이 뛰어나고 야간이나 새벽, 황혼 무렵에 더 활동적이다. 하루 중 사냥 등 무리 활동을 제외하면 거의 활동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 20시간 이상이다. 최상위 포식자의 여유다. 하루에 암컷은 5kg, 수컷은 7kg을 먹으며 일시에 30kg까지 먹을 수 있다. 세렝게티에서 정착하고 있는 사자 무리는 20~200km²의 세력권을 가지고 떠돌이들은 2~4마리가 같이 무리를 만들어 4000km²까지 돌아다닌다.

사자는 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했을 때 포효를 한다. 또한 무리의 세력권 주변을 경계하며 경쟁자들의 접근을 경고하기 위해 포효를 한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길게 여러 번 울린다. 포효는 9km까지 뻗어 나간다. 뭇 짐승들이 사자의 포효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한다는 사자후(獅子吼)를 내뿜으며 백수(百獸)의 왕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사람들이 동물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이다. 두 동물이 힘이 세고 싸움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궁금도 하겠지만, 자연계에서는 맞닥뜨리는 일이 전혀 없는데 굳이 결과를 보려 하는지 모를 일이다. 호랑이와 사자, 각각의 세계에서 스스로의 능력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그들을 모두 승자로 남겨두었으면 한다. 보여줄 것도 별로 없으면서 그저 이기려고 억지만 쓰는 인간보다 나은 면이 있을 법하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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