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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증권사 대상 RP 매입 착수…유동성 확대 총력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은행이 24일부터 증권사 등 비은행기관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자금 경색 우려가 커지자 유동성 공급 채널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대상 기관은 한국증권금융, 삼성·미래에셋대우·NH투자·신영증권 등 5개 비은행기관이다. 한은은 오는 24일 14일물, 28일물 RP를 매입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 19일 이들 기관을 대상으로 RP 매입 테스트 입찰을 진행했다.

공개시장운용의 일환인 RP 거래는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관리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유동성 공급 필요성이 있을 때는 RP를 매입하고, 반대의 경우엔 매각해 돈을 거둬들인다. 평소엔 시중은행을 상대로 이를 조절하는데 이번엔 비은행기관으로 확대했다. 한은이 비은행기관과 RP 거래를 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2년 만이다.

한은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 채널을 확충하기 위해 현행 5개사인 RP 대상 비은행기관을 통화안정증권 대상 증권사 및 국고채전문딜러(PD)로 선정된 증권사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 RP 대상 증권도 현행 국채, 정부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은행채에서 일부 공기업 특수채까지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RP 대상기관 확대 등은 조만간 금융통화위원회가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동성 확대에 필요한 추가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가 지난 19일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재가동하기로 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조성에 역할을 할 거로 보인다. 채안펀드는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회사채나 은행채를 매입하는 형태다. 여러 이유로 정상적인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기업엔 도움이 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시중은행과 보험 등 91개 금융회사가 펀드에 출자했다. 당시 한은은 RP를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들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지원했다. 채안펀드 재가동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24일 발표한다.

다만 회사채나 CP(기업어음)를 한은이 직접 매입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법은 공개시장에서의 매매대상 증권을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에 한정한다”며 “회사채나 CP가 이 취지에 부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발권력을 행사하는 중앙은행이 손실 위험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의 지급 보증이 있으면 가능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정부의 지급 보증 하에 CP를 매입한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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