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생물.의학 뒷받침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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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은 새로운 물질을 이용해 완전히 새로 만든 의약품이다.
´이명래 고약´ ´우황청심환´ ´쌍화탕´ 등이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졌지만 그렇다고 신약은 아니다.

신약은 약효.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거친 뒤 보건당국의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신약은 비아그라같이 전혀 새로운 의학.생물학적 지식을 동원해 만든 ´혁신 신약´ 과 기존 약의 단점을 보완한 ´변형 신약´ 의 두가지로 나뉜다.

대부분의 신약이 후자에 속한다.
국내 신약 1호 ´선플라´ 도 지난 76년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사가 개발한 항암제 시스플라틴의 부작용을 경감시킨 변형 신약이다.

우리의 의학.생물학 수준으로 혁신 신약을 개발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하지만 화학합성 실력은 세계 수준이어서 변형 신약 개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재 미국.일본.독일.스위스 등 세계 10여개국 50여 제약회사가 연간 평균 41종의 신약을 내놓고 있는데 성공하면 엄청난 돈벌이가 보장된다.
미국 파이저가 개발한 비아그라의 경우 지난해 1년간 세계 50여개국에서 8억달러어치가 팔렸다.

같은 기간 국내 제약업체 전체 매출액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또 영국 글락소 웰컴이 개발한 위궤양치료제 ´잔탁´ 도 90년 이후 매년 한 품목으로 40억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덕분에 영국내 기업순위 25위에서 최고로 뛰어올랐다.

세계 1백대 신약의 품목당 평균 연간 매출액은 1조원 (순이익 3천억원) 으로 자동차 3백만대의 매출이익과 맞먹는다.
신약개발이 공급 과잉.매출 부진.약가 인하.다국적 제약업체의 시장잠식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국내 제약업계의 탈출구로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신약개발 여건은 선진국과는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로 열악하다.
지난해 국내 20대 제약회사의 연구원수가 1천2백64명인데 비해 머크.펙스트 등 세계 10대 제약사의 연구원수는 1개사당 평균 3천7백명에 달한다.
연구비도 형편없이 적다.

세계의학통계 (IM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매출액 (1백20조원) 의 15~25%를 연구비로 쏟아부었으나 우리는 매출액 (5조원) 의 4~5%를 투자하는데 그쳤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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