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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이재용 부회장, 내년 삼성 주총에선 볼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이재용(52)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지금껏 주총에 등장한 적이 없지만 어쩌면 올해 주총은 참석할 가능성이 더 작았는지 모른다. 이 부회장 스스로 지난해 10월 등기이사직 재선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파기환송심을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주총장에서 논의되는 일을 적잖게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주총장 나와 주주 목소리 들어야   

주총을 앞두고 이 부회장은 최근 곤혹스런 숙제를 하나 더 받은 상황이다. 바로 자신이 회사 밖에 독립기구로 설치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답해야 한다. 준법감시위는 다음 달 10일까지 경영권승계·노조문제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다. 이날 주총에서도 주주들로부터 준법감시위와 똑같은 요구가 나왔다. 이 부회장과 동명이인이라는 한 소액주주는 “이 부회장이 주총에 나와 주주에게 사과하고 삼성에 피해입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주들은 “노조 문제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서초동 사옥 건너편) 철탑 농성 문제는 그대로 둘 것이냐” 고 물었다. 주총 의장을 맡은 김기남 부회장이 잠시 회의를 멈추고 항의하는 주주 일부에게 퇴장 명령을 내릴 정도였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주주의 질문이든 준법감시위의 권고든 모두 이 부회장이 답하는 게 최선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투자·인사 같은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 “3년간 4만 명을 채용하겠다” 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직접 약속한 주인공이 이 부회장이다. 삼성전자의 책임경영을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은 이사회에 우선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사회 복귀를 위해선 이 부회장의 재판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할테고, 또 이를 위해선 삼성 준법감시위의 반성 및 사과 요구에 답해야 한다. 그게 결국 주주의 질문에 답하는 책임있는 경영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애플 팀 쿡은 주총뿐 아니라 투자자 미팅도 참석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애플은 이사회에서 사내 임원(집행 임원)이 단 한 명, 팀 쿡 CEO뿐이다. 사외이사 7명이 CEO의 경영 실적을 관리·감독한다. 이사회가 한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마저 쫓아냈다는 건 애플 이사회의 독립성과 권한을 역설적으로 방증한다. 현재 팀 쿡 CEO는 주총뿐 아니라 애널리스트ㆍ기관투자자와도 자주 만난다. 주주뿐 아니라 회사를 둘러싼 각종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투명 경영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전 세계 6위 가치(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 집계)를 지닌 삼성전자의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도 이와 같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현재 이 부회장이 준비 중인 삼성 준법감시위 권고에 대한 답변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김영민 산업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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