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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불안에 개학 연기 불안...초등 교사들이 나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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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호 면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동패동 ATC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초등컴퓨팅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이 대구 교육청 소속 교사들과 교육자료 홈페이지 ‘온라인배움교실.com'에 올릴 자료에 대해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동패동 ATC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초등컴퓨팅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이 대구 교육청 소속 교사들과 교육자료 홈페이지 ‘온라인배움교실.com'에 올릴 자료에 대해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3월은 새 학기의 계절이다. 하지만 초·중·고등학교의 교문은 굳게 닫혀있다. 17일 교육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앞서 교육부는 기존 2일 개학에서 9일로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확진자 발생이 지속하자 2차 개학 연기 발표를 통해 오는 23일로 2주 추가로 개학을 늦췄다.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학습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현직 초등 교사들이 나섰다. 지난달 29일 초등컴퓨팅교사협회(ATC) 경기북부팀 교사들을 비롯해 대구, 서울, 충남, 강원 등 각 지역팀 교사 100여명과 대구광역시교육청이 무료 온라인 학습 콘텐트 '온라인배움교실.com(이하 온라인배움교실)'을 개설했다. '우리 명절 설날에 대해 알아보기' '우리 가족 그려보기' 등 학년군, 과목별 맞춤 학습 콘텐트를 개발해 아이들이 집에서도 학교 시간표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설계했다. '보고 듣고'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수업 후 아이들이 집에서 과제를 할 수 있게 학습지도 함께 제공한다.

학생과 학부모 반응은 뜨거웠다. 하루 접속자가 평균 1만명에 이르고 개설 2주 만에 35만명이 방문했다. 지난 9일 중앙SUNDAY가 콘텐트 개발에 참여한 ATC 경기북부팀 소속 한의표 교사(연천군 전곡초)와 김현승 교사(문산읍 문산초)를 만났다. 이들은 "온라인배움교실을 통해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끌어올리기보단 학부모의 불안을 잠재우고 아이들이 학습에 대한 흥미가 생겼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컴퓨팅협회(ATC) 소속 교사들이 만든 '온라인배움교실.com' 홈페이지 모습.

초등컴퓨팅협회(ATC) 소속 교사들이 만든 '온라인배움교실.com' 홈페이지 모습.

초등컴퓨팅교사협회(ATC) 조직에 대해 설명해달라.
"2010년 디지털 콘텐트에 관심있는 경기도 파주, 금촌 주변 초등 교사들이 만든 '디지털콘텐트연구회'로 시작했다. 당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독도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영상 콘텐트를 활용한 학습자료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의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하면서 소프웨어나 4차 산업혁명에 관심 있는 교사들 모임으로 점차 확대됐다. 지금은 약 500명의 전국 초등 교사들과 함께하고 있다."
‘온라인배움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ATC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은 구글을 활용한 교육 콘텐트를 지속해서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코로나19때문에 개학이 3주가량 연기되자 학교 안팎에서 아이들 학습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교육부에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라는 권고가 내려왔다. 그래서 교사들끼리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란 생각으로 의기투합해 온라인 전용 학습 콘텐트를 제작했다. 특히 대구·경북 내 학부모 걱정이 크다 보니 해당 지역 교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교육 자료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전문가도 쉽지 않은 작업인데 교사들이 온라인 콘텐트를 만든다는 게 대단하다.
"당연히 전문가가 만든 콘텐트와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평소에 영상, 디지털 자료에 꾸준히 관심 갖고 공부해온 교사들이다 보니 촬영하고 편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아직 없다. 오히려 다들 현직 교사다 보니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교육 자료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단계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고민한다."
파주시 임진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초등컴퓨팅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이 코로나19로 등원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파주시 임진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초등컴퓨팅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이 코로나19로 등원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콘텐트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모든 콘텐트들은 교사들의 본업이 끝난 여가에 만들어진다. 개학이 미뤄졌어도 교사들은 학교로 출근해 반 아이들을 관리하면서 개학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근하면 교사들이 대면 또는 화상 미팅을 통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콘텐트 개발 회의를 한다. '유관순 열사에게 편지쓰기' '가족과 함께 생활 체조하기' 등 초등 교육 과정에 맞게 교과목별 융합이나 재창조해 기획하는 게 핵심이다. 기획이 완성되면 새벽 1~2시에 촬영과 편집 작업에 돌입한다. 이후 교사들끼리 최종 모니터링 거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현직 교사가 만들더라도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을 거 같다. 
"처음에는 학교 안팎으로 '검증되지 않은 콘텐트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다. EB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초등학생인 아이들 수준에서는 EBS를 접속하고 회원 가입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EBS 강의 듣는 방법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는 콘텐트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교사 커뮤니티나 주변 교사에게서 격려하고 고생이 많다며 응원을 받고 있다. 몇몇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부모에게 온라인배움교실을 활용하라는 안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TC 메이커스페이스에 마련된 영상편집 스튜디오에서 양동혁 교사(문산읍 문산동초)가 온라인 교육자료 녹음을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ATC 메이커스페이스에 마련된 영상편집 스튜디오에서 양동혁 교사(문산읍 문산동초)가 온라인 교육자료 녹음을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코로나19로 학교 방역과 학급 관리만으로도 바쁘지 않은가.
"학부모와 아이들 불안을 조금이라도 다독이고자 전국의 모든 초·중·고 교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중 우리는 콘텐트 개발이라는 재능을 활용해 지금의 상황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이후에도 온라인 학습 활용을 고민하고 있나.  
"이번 기회로 교육 현장에서 온라인 학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물리적, 시간적 제한 탓에 교실 내에서 하는 수업이 한계가 있을 때가 있다. 부족한 교실 수업 내용을 방과 후 학습 차원에서 온라인 콘텐트로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교사 입장에서는 반 아이들의 학습 수준이 저마다 달라 어느 수준에 맞춰 수업해야 하느냐는 고민을 한다. 온라인 콘텐트를 활용하면 개별 맞춤 교육이 가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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