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많아집니다'…이재웅 울컥하게 만든 국토부 홍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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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이후 게시된 국토부 홈페이지 게시물. [사진 국토부 홈페이지 캡처]

지난 6일 이후 게시된 국토부 홈페이지 게시물. [사진 국토부 홈페이지 캡처]

국토교통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홍보 게시물에 ‘타다’를 직접 언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재웅 쏘카 전 대표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국토부 홈페이지 화면을 게시했다. 그는 “합법적으로 하는 특정 서비스를 콕 집어 못 하게 법을 개정해놓고 그 서비스명을 부처 홈페이지에 이렇게 올려놓다니”라며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타다 이용자, 수백억 원을 손해 보고도 아무 말 못 하는 타다 투자자를 위로해주지는 못할망정 국토부가 이래도 되는 거냐”며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문제의 배너에는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집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또 현행법상 운송가맹사업밖에 없던 플랫폼 사업이 법 개정을 통해 운송·가맹·중개로 다양해진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해당 게시글을 클릭해 들어가면 지난 6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기자간담회 사진과 함께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는 내용의 국토부 블로그로 연결된다. 해당 블로그에도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통과로) 보다 많은 ‘타다’, 보다 다양한 ‘타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재웅 대표 페이스북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재웅 대표 페이스북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스타트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법 통과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어찌 됐든 쏘카·VCNC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접게 된 상황인데 굳이 서비스명을 적시한 정책 홍보를 계속해야 했냐는 지적이다.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지난 6일 이후 쏘카·VCNC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다음 달 10일까지만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이재웅 전 대표는 지난 13일 쏘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스타트업 전체를 조롱하는 국토부 처사에 할 말을 잃었다”며 “규제로 쓰러져가는 스타트업은 정부 조롱까지 감내해야 하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 디지털소통팀 관계자는 “해당 배너를 자세히 보면 타다라는 문구에 홑따옴표(‘’)가 붙어있다”며 “우리는 타다를 고유명사로 쓴 게 아니라, 타다와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 형태의 서비스 전체를 의미하는 말로 상징적으로 (타다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시물 상으로는 홑따옴표가 잘 보이지 않아 오해를 산 것 같다”며 “제도권 밖에 있었던 타다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는 제도 취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다

타다

이 같은 국토부의 ‘자화자찬’식 정책홍보가 향후 진행될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시행령 개정 작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7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10여개 모빌리티 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VCNC는 불참한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여금 규모와 플랫폼 택시 총량을 정하는 난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모든 게 다 해결된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가 스타트업과 싸우는 모양새도 보기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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