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이 웃는이] 6.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나(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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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복지부가 발간하는 써전제너럴리포트는 보건의료분야에서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보고서다.

64년 ´흡연과 건강´ 에서 96년 ´운동과 건강´ 에 이르기까지 쟁점이 있을 때마다 수년간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미국 내 최고 권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유권해석을 내린다.

다음번 써전제너럴리포트의 주제는 구강보건. 2000년 겨울 발표될 예정이지만 처음으로 내용 일부가 공개됐다.

캐스월 에반스 미국립보건원 (NIH) 써전제너럴리포트 담당관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써전제너럴리포트는 수돗물 불소화사업을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됐으며 매우 저렴하고 효과적인 공공구강보건사업´ 이라고 결론지을 예정" 이라고 밝혔다.

수돗물 불소화사업의 타당성에 대해선 과학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없다는 결론이다.

세계보건기구 (WHO) 미주지부 허쉘 호로위츠박사는 "충치예방을 위해선 불소알약, 불소치약, 실란트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수돗물 불소화 효과가 가장 강력하다" 고 말했다.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 (CDC) 구강보건국 스콧 프레슨박사는 "45년부터 시작된 불소화사업으로 현재 미국인의 63%가 불소가 섞인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돗물 불소화를 거부해온 캘리포니아주정부도 97년 강제조항으로 수돗물 불소화를 결정, 시행중이다.

세계최고수준의 공공구강보건을 자랑하는 뉴질랜드가 수돗물 불소화를 채택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 웰링턴 휴트치과병원 페터 데니슨박사는 "58년부터 시작해 현재 49%의 수돗물에 불소가 첨가된다" 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스웨덴.핀란드 등 유럽국가들에선 왜 수돗물 불소화사업이 시행되지 않는 것일까. 결정적 이유는 마시는 물에 무엇을 섞는다는 사실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70년대초 시범사업으로 시작했으나 주민투표나 의회의 반대로 중단됐다.

여기에 이들 국가들이 완벽한 구강보건시스템을 갖춰 이미 충치 발생률이 세계최저수준으로 접어들어 수돗물 불소화가 크게 아쉽지 않게 된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예방치학분야 권위자인 스웨덴 前예테보리치대 페어 액셀슨교수는 "최근 20년간 충치발생률이 5배나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으로는 수돗물 불소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라고 충고했다.

특히 공공치과부문이 취약한 한국사정을 감안할 때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저소득층의 구강보건을 위해선 불소가 섞인 수돗물이 최소한의 안전망 구실을 한다는 것. 비타민이 몸에 좋다고 강제로 먹일 순 없듯이 일방적인 수돗물 불소화는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미국 위스콘신주에선 강제적인 상수도불소화사업이 위헌이란 반대론자의 청원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판결은 공익을 위해 개인의 선택권은 제한될 수 있다고 내려졌다.

현재 우리 나라는 일부 단체의 반대로 서울.부산 등 대도시 지역에선 수돗물 불소화사업이 보류된 채 일부 지방도시만 시행중이다.

그러나 급속도로 치아건강이 나빠지고 있는 사정을 감안할 때 수돗물 불소화사업이 결코 표결에 붙여 결정할 사안은 아니란 것이 선진국 구강보건 취재 후 얻어진 결론이다.

베데스다.애틀란타.웰링턴.카를스타〓구강보건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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