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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발 입국 확진자 22명, 중국발 넘어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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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가세가 다소 둔화한 가운데 대외 방역의 초점이 중국에서 유럽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 유럽에서의 코로나19 대유행 양상이 나타나면서 유럽발 입국자들 가운데 확진 환자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국·일본·이란·이탈리아였던 특별입국절차 적용 대상 국가를 이날부터 유럽 전역으로 확대했다. 또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여행경보 2단계(황색경보)를 이탈리아·스페인·독일·프랑스·영국·바티칸 등 서유럽과 중유럽 36개국에 발령했다. 이는 여행경보 1단계(남색경보·여행 유의) 발령을 건너뛴 조치다. 여행경보는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정부, 유럽 36개국 ‘여행자제’ 경보 발령…확진자 접촉한 문성혁 해수부장관 격리

1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최근 이틀 새(14~15일) 유럽여행을 하고 돌아온 한국인 4명이 입국 검역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체코·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영국 등을 여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은경(질병관리본부장)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월 29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인천공항 입국 검사에서 (확진자가) 단 한 명도 확인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도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면서 해외서 역유입을 경계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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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이날 0시까지 집계한 해외 유입 추정 확진자는 한국인 42명, 외국인 8명으로 총 50명이다. 이 중 유럽발 확진자가 22명으로 중국발 확진자 수(16명)를 넘어섰다. 출발지별로는 이탈리아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가 6건이었다. 스페인·체코·영국·독일·폴란드 등도 포함돼 있다. 8명의 외국인은 중국 국적자 6명, 프랑스 1명, 폴란드 1명이다.

특히 공항 검역에서 걸러지지 않았다가 뒤늦게 확진된 경우도 있어 지역사회로의 2, 3차 연쇄감염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부산시 해운대구의 20대 남성은 이탈리아 등을 여행한 뒤 지난 4일 입국해 일주일가량 일상생활을 하다가 10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번에 특별입국절차 대상에 추가된 유럽발 입국자들은 발열과 호흡기 증상 검사를 받고,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모바일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14일간 매일 상태를 입력해야 한다. 15일 기준 국내 입국자는 1만5457명으로 1월 중순보다 90%가량 감소한 상태다.

정기석(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현재의 조치만으로는 무증상 감염자 입국 저지 등 효율적인 방역이 어렵다”며 “입국자는 일정 기간 자가격리하는 것을 방침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16일 정부 부처 장관 중에선 처음으로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앞서 문 장관은 해수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0일 해수부 내 확진자와 직접 접촉한 사실을 세종시 보건 당국이 파악하고 밀접접촉자로 분류, 자가격리 조치를 결정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문 장관은 세종시 관사에서 24일까지 재택근무한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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