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70세 인기 SNS강사, 5년 전엔 카톡도 못했던 초보

중앙일보

입력 2020.03.14 09:00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65)

올해 70세인 김호철(가명)씨는 5년 전에 집 근처 주민센터에서 SNS 강의를 들었다. 처음에는 자녀들이 선물해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너무 불편해 사용방법이나 배워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배워보니 너무나 재미있는 기능이 많았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자녀, 손주들과 함께 개설한 단톡방이었다. 손주들은 할아버지가 단톡방에 들어온 것을 너무나 신기하게 생각했다. 김씨가 올린 내용에 대해 킥킥거리면서 자기들 나름대로 이해하고, 놀리기도 한다. 일 년에 서너번 보는 손주들이지만 과거에는 그저 반갑기만 했고 막상 얼굴을 보면 데면데면했는데, 이제는 SNS상에서 소통하게 되니 오랜만에 얼굴을 보아도 엊그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할 말도 많아졌고 손주들도 할아버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손주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자식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물론 김씨의 문자 입력 속도가 늦기 때문에 손주가 답답해하는 것도 있고 손주가 올리는 글 중에 잘 모르는 용어도 있지만 상관없다. 미루어 짐작하면 되고, 또 틀려도 문제 될 것은 없으니까. 내 손주가 하는 말인데 무엇인들 어떠리….

김씨는 5년 전 집근처 주민센터에서 SNS 강의를 들었다. 처음에는 자녀들이 선물해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너무 불편해서 사용방법이나 배워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배워보니 너무나 재미있는 기능이 많았다. [사진 Pixabay]

김씨는 5년 전 집근처 주민센터에서 SNS 강의를 들었다. 처음에는 자녀들이 선물해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너무 불편해서 사용방법이나 배워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배워보니 너무나 재미있는 기능이 많았다. [사진 Pixabay]

재미를 느낀 김씨는 SNS 기본과정을 수료한 후 서울시 50플러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더 전문적인 심화과정을 신청했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구글 등 김씨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많았지만 김씨 혼자 배우는 것이 아니고 참석자가 그룹을 만들어서 서로 협업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나이가 젊고, 상대적으로 다양한 지식이 있는 사람과 함께하게 되니 이해가 훨씬 쉬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강의도 쉽게 이해가 되고, 또 어느 단계가 지나니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또 함께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과 SNS 마케팅 강사과정을 이수했다. 다양한 분야 중 서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메인 강의로 준비했다. 다른 강사의 강의는 보조강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강의 콘텐츠를 개발했고, 강의 기법에 대한 것을 교육받았다.

김씨가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참여했다가 스마트폰 사용을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조언해 주면서 손주와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보여줬더니 너무들 부러워하면서 은근히 관련된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김씨는 고등학교 친구를 중심으로 SNS 교육 과정을 개설했고, 이렇게 시작한 그의 강의는 ‘명강의’로 소문이 나며 수강생이 끊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60대를 대상으로 비슷한 나이의 강사가 수강생 입장에서 교육을 하니 이해하기도 쉬웠고 교육 효과도 매우 컸다. 강의가 많을 땐 일주일에 네 번, 한 번에 네 시간씩 강행군하고 있다. 몸은 매우 피곤하지만 김씨를 찾는 사람이 있고, 함께 강의하는 동료가 있으며,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긴장감도 좋다. 강의는 정규강의뿐만 아니고 수강생과 동호회를 만들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별도의 코칭도 하면서 친분을 쌓고 있다. 김씨는 기관장으로부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여러 차례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이 감사장은 김씨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 중 하나이다.

김씨는 필요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방법을 수강했고, 이 과정에서 SNS에 대해 배워 이를 통해 손주와 소통했다. 이런 속에서 SNS의 효용성을 느꼈으며, 이에 흥미를 가지고 더욱 깊게 배워 함께 교육받은 수강생과 그들의 지식을 다시 전파하는 활동을 하면서 현재는 SNS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U3A (University of the 3rd Age, 제3기 인생대학)’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973년 대학과 협력해 퇴직자 중심의 U3A가 만들어졌고 이 U3A 모델이 여러 나라로 확산했다. 영국의 U3A 운동이 가장 활발한데, 은퇴자가 중심이 되어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는 ‘자조(self-help)운동’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많은 지역으로 퍼졌다. 영국에서는 40만 명이 넘는 회원이 전국 1000개의 지역 U3A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제3기 인생을 맞은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자조운동 방식의 평생학습을 통해 자신의 삶을 활기차고 보람되게 펼쳐나간 사례로 평생학습의 무한한 잠재력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50플러스재단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교육을 이수한 교육생이 또다시 50플러스 재단에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해 배운 것을 다시 환원하는 형태를 보인다. 또 재단에서는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대전, 부산 등 다른 광역시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다.

처음에는 개인의 필요나 취미활동으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단순한 친목활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이나 봉사활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진 Pixabay]

처음에는 개인의 필요나 취미활동으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단순한 친목활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이나 봉사활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진 Pixabay]

민간에서의 활동도 눈에 띈다. 분당 AK플라자 백화점에서 운영되고 있는 ‘아름다운 인생학교’가 그곳. 금융회사 임원으로 퇴직한 백만기 교장과 자원봉사자인 강사들이 스스로 만든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학습공동체이다. 이곳에서는 20여개 이상의 강좌가 상시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고령사회노화연구소에서 사회공헌활동으로 운영하는 U3A도 눈여겨 볼만하다. 올해 11기를 모집하는데, 한 학기는 매주 2시간씩 11주간 11개 강좌가 운영되며, 2학기 과정이다. 강사진은 각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가 참석한다. 원래는 3월 31일 개강이었으나 코로나19로 개강일이 6월 9일로 연기되어 지금 11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은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은퇴 후 사회참여활동은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개인의 필요나 취미활동으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단순한 친목 활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이나 봉사활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다.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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