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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광화문이 ‘돈’화문···수익 좇는 로펌 빅4 줄줄이 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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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태평양 제공]

[태평양 제공]

오는 16일 로펌 태평양이 서울 종각 센트로폴리스로 사옥을 옮긴다. 기존의 김앤장과 광장이 광화문 근처에 자리해 있고 세종도 최근 광화문으로 이동하면서 빅4 로펌들이 줄줄이 광화문 인근에 자리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이른바 ‘송무’라고 불리는 기존의 법률 서비스 외에 기업 자문 업무에 주력하려는 로펌들의 방침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년 만에 광화문 돌아온 태평양

국내 변호사 450명 등 총 1300여명의 직원들이 있는 태평양은 16일부터 종각에 위치한 센트로폴리스 건물 28개층 중 15개층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태평양은 설립 후 서소문에서 18년을 보냈다. 이후에는 22년 동안 강남 역삼동의 한국타이어빌딩 등 3곳을 사옥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점차 늘어난 까닭에 여러 곳에 흩어져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동선상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통합 사옥’에 대한 필요가 커졌다는 게 태평양의 설명이다.

지난해 2월에는 세종이 종로구 디타워로 이전했다. 세종은 세종로에서 창업한 이후 순화동과 남산을 거쳐 36년 만에 광화문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김앤장의 경우 광화문 세양빌딩·적선현대빌딩·노스게이트빌딩·센터포인트빌딩·정동빌딩, 최근 새롭게 입주한 대우건설 빌딩 등 종로 인근에만 6곳에 위치해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설립 이후 현재까지 중구 한진빌딩을 지키고 있다. 국내 6대 로펌 가운데 4곳이 광화문 종로 일대에 모이고 강남에는 율촌과 화우만 남은 셈이다.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뉴스1]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뉴스1]

로펌들, ‘광화문~종로’ 찾는 이유 

대형 로펌들의 잇따른 광화문 행의 이유는 ’돈‘으로 모아진다. 대형 로펌들은 기존 법률 서비스에 가까운 송무보다 기업 자문에 주력한다. 기업 자문이 로펌 수익의 주를 이룬다는 뜻이다. 대형 로펌 파트너급 변호사는 “송무는 드는 품에 비해 수익성이 높지 않다”며 “쉽게 말해 기업자문이 더 돈이 된다”고 요약했다.

특히 기업 자문은 대관 업무와도 맞닿아있다. 의뢰인과 관련된 정‧관계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업무를 소화하기에는 광화문이 요충지라는 얘기가 나온다. 광화문 인근에 국내 유수 대기업과 금융회사, 컨설팅 기업, 외국계 기업들이 몰려 있는 데다 금융위원회, 외교부‧통일부 등 정부 부처, 언론사 등도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아무래도 의뢰인의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일이다 보니 전화나 퀵보다는 대면 업무를 선호한다”며 “따라서 광화문이 여러모로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개인 공간이 보장되는 사무 공간을 구하기에도 상대적으로 강남에 비해 광화문이 다소 저렴한 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다보니 서초동 대신 광화문을 찾는 로펌과 개인 변호사들도 다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성장을 거듭한 지평을 비롯 KCL·충정·한결·센트럴·테크앤로 등 중소형 로펌도 광화문 인근에 자리했다. 헌법재판소 공보관을 지낸 배보윤 변호사, 재선 의원인 최재천 변호사도 광화문에 사무소를 차렸다.

로펌도 ‘위치의 경제학’

반면 송무에 강세를 보이는 로펌의 경우 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에, 기업 관련 업무가 많으면 삼성동에 자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율촌의 역사를 다룬 『율촌 20년』에서는 서초동이 아닌 삼성역 인근의 테헤란로 쪽으로 눈을 돌린 이유로 '현재 비즈니스가 왕성하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 즉 법원이나 검찰청보다 고객이 찾기 쉬운 장소로 정하기로 했다. 미국 로펌들의 위치를 벤치마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같은 이유로 법무법인 화우 역시 코엑스 아셈타워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서초동 김앤장’으로 불리는 엘케이비파트너스(LKB)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잇길 정곡빌딩에 위치해 있다. 최근 LKB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이재명 경기지사,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현 정부 인사들의 형사사건 변호를 맡으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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