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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화상 수업 해본 적 없어”…온라인 강의 준비 진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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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호 10면

9일 이영섭 동국대 통계학과 교수가 온라인 강의를 앞두고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9일 이영섭 동국대 통계학과 교수가 온라인 강의를 앞두고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대학가 개강 앞두고 온라인 강의 준비 한창 

지난 9일 이영섭 동국대 통계학과 교수는 빈 강의실 찾았다. 처음으로 시행하는 온라인 강의 생중계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기 위해서다. PC가 설치된 교탁 앞에 선 이 교수는 얼굴이 잘 나오도록 휴대폰보다 크기가 작은 카메라를 연신 조절했다. 마치 온라인 경기를 준비하는 프로게이머들처럼 마이크 달린 헤드셋을 이리저리 만지며 “아,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이라며 목소리 테스트도 했다. 이 교수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비추는 모니터 한쪽에는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팅창이 띄워져 있다. 이 교수는 “해외 교수들과 화상 통화 경험은 있지만 학생들을 상대로 화상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하고 기계 다루는 게 쉽지 않지만 이참에 제대로 배워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채팅·유튜브 등 다양한 방식 시도 #음대 등 실기 위주 학생들은 난감 #대학 “보강 수업 등 대책 마련할것”

코로나 사태로 예년보다 2주 늦은 16일 개강하는 대부분의 대학들은 오프라인 강의 대신 온라인 강의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4일 한국대학교수협의회에 따르면 경희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중국 유학생 2000명 이상인 대학을 포함해 213개 일반대학의 지난해 온라인 강의 비중은 0.92%에 불과했다.

주요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 방식을 놓고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실시간 1인 미디어방송처럼 교수와 학생이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에 동시 접속해 화상 채팅을 하며 강의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교수는 강의 방에 접속하는 학생 목록을 통해 출석체크를 할 수 있고, 학생 질문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PPT 자료에 교수의 목소리를 입히거나 유튜브 동영상처럼 강의 내용을 사전 녹화해 강의 콘텐트를 업로드 하는 형식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관계자는 “교수나 학생마다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온라인 강의 방식이 시도될 것 같다”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온라인 수업 콘텐트의 분량 제한을 풀어 수업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오프라인 1시간짜리 수업을 온라인 콘텐트로 대체할 경우 25분 이상 수업을 만들어야 했다.

온라인 강의를 앞두고 대학과 학생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양, 전공 할 것 없이 모든 과목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음대 등 실기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마저 온라인으로 진행돼 교수나 학생 모두 난감해 한다. 강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서울대 등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가 연합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 강의 질 하락이 코로나19로 인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등록금 사용 내용 공개와 함께 차액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학 측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최대 2만명이 동시접속 할 수 있는 서버 확보와 장비 마련에 수억 원을 지출해야 했다. 대학들은 일부 수업 부실화 우려와 관련해서도 코로나 사태가 끝난 후 주말 등을 활용한 보강 수업 계획도 마련해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의 관계자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전과목 온라인 강의 준비로 어려움이 많다”며 “부실한 수업이 없도록 보강 방안 등 최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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