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한때 7%대 폭락을 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경제·금융상황특별점검회의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국내 실물과 금융시장도 충격을 입자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긴급 회의다.
문 대통령은 금융시장과 제반 경제 동향을 보고받은 뒤 “경제 정책을 하는 분들은 과거의 비상상황에 준해서 대책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지금은 메르스, 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고 말했다. 미국 다우 지수는 12일(현지시간) 9.99% 하락해 1987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시장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20여년 만에 최대인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사례와 비교는 할 수 있으나 그때와는 양상이 다르고 특별하니 전례 없는 일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정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대책을,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함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경제 수장이 모두 참석한 것이다. 청와대에선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현 정부에서 한은 총재가 대통령 주재 경제 관련 회의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청와대가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는 의미이다. 또 재정·금융 정책과 함께 통화정책도 필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의 한은 총재 호출은 통화정책의 중립성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다. 한국은행은 독립기관이고 총재는 국무위원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른바 ‘서별관 회의’라고 불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을 때 김중수 전 한은 총재가 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는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현 정부에선 2018년 12월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 간 회의인 경제현안조율회의가 처음 열렸을 때에도 이주열 총재는 참석 명단에서 빠졌다. 당시 청와대는 “서별관회의가 문제가 됐던 것은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했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는 한은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 총재를 청와대로 부른 것은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백악관 회의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안 가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만 “중앙은행 독립성 이슈가 고려되지 않을 정도로 현재 상황이 심각하고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며 홍 부총리에게 “지금까지도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신임을 다시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의 규모(11조7000억원)가 코로나19 대응에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홍 부총리가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면 나라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며 거취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