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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모자 마음껏 써보고, 카우스 작품도 원하는 곳에서 찰칵! 패션·예술계에 부는 비대면 서비스 바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패션계와 예술계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는 중이다. 사진은 유명 작가 카우스의 작품을 집에서 AR 가성 체험하고 있는 배우 정해인의 모습이다. 사진 정해인 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패션계와 예술계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는 중이다. 사진은 유명 작가 카우스의 작품을 집에서 AR 가성 체험하고 있는 배우 정해인의 모습이다. 사진 정해인 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의 팬더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현상에 세계 패션업계가 발 빠르게 온라인, 가상체험 등 비대면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2월 18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관람객 없이 ‘2020 가을·겨울 컬렉션 쇼’를 진행하면서 이를 온라인 생중계해 화제가 됐다. 바로 이어 열린 프랑스 파리 패션 위크에서는 브랜드 ‘루이 비통’이 컬렉션 쇼 다음날(3월 5일)부터 파리에 직접 오지 못한 바이어와 기자들을 위해 모든 쇼 의상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디지털 쇼룸'을 열었다. 사진에는 '줌인' 기능까지 탑재해 모든 상품을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루이 비통의 마이클 버크 CEO는 패션 매체 WWD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2년은 걸렸을 디지털 시스템 개발 과정을 앞당겼다. 이번 컬렉션 참석자는 평소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오히려 (관련된 사람들이)매년 쇼를 보기 위해 많은 출장을 떠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됐다”며 디지털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온라인으로 옷을 보고 주문할 수 있다면, 굳이 쇼를 보기 위해 파리까지 갈 필요 없이 마치 현장에 앉아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관객 없이 진행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패션쇼. 사진 아르마니 홈페이지 캡처

관객 없이 진행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패션쇼. 사진 아르마니 홈페이지 캡처

구찌 AR 체험 사진. 왼쪽은 운동화를, 오른쪽은 선글라스를 가상체험한 모습이다. 사진 구찌, 핀터레스트

구찌 AR 체험 사진. 왼쪽은 운동화를, 오른쪽은 선글라스를 가상체험한 모습이다. 사진 구찌, 핀터레스트

이에 앞서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는 AR(증강 현실) 기술을 통한 신제품 가상 체험으로 이미 비대면 서비스를 실현했다. 지난해 7월 스니커즈로 시작해 모자·안경 등 신제품을 자신이 직접 착용한 것처럼 사진 찍을 수 있는 셀피 촬영 기능(‘트라이-온’)을 공식 어플에 담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또 유명 사진작가 줄리아 헤타와 협업해 신제품 핸드백을 르네상스 시대 컨셉트로 촬영한 사진을 가상으로 벽에 걸어볼 수 있는 3D 체험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비대면 서비스가 필수 행동 지침이 된 상황에서 구찌의 이런 가상 체험은 가장 적절한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사랑하는 카우스는 AR 작품 출시 
최근엔 킴 존스 등 패션 디자이너들과 지드래곤, 방탄소년단 랩몬스터(RM) 등 스타들의 사랑을 받는 미국인 아티스트 ‘카우스’도 AR 기술을 통한 작품 가상 체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지난 3월 12일 카우스는 VR·AR 아트 플랫폼 ‘어큐트 아트’와의 협업으로 자신의 작품을 가상 체험할 수 있는 '익스팬디드 홀리데이’(Expanded Holiday)를 시작했다.

배우 정해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카우스의 AR 작품을 자신의 집에서 보고 있는 설정으로 사진을 찍어 올렸다. 카우스는 이번 AR 작품 출시를 기념해 전세계의 셀럽들에게 집에서 AR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특별 제작한 플레이트를 선물했다. 국내에선 BTS, 정해인, 강다니엘 등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해인이 사진을 올리자 카우스가 직접 "고맙다"는 메시지를 덧글로 붙였다. 사진 정해인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정해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카우스의 AR 작품을 자신의 집에서 보고 있는 설정으로 사진을 찍어 올렸다. 카우스는 이번 AR 작품 출시를 기념해 전세계의 셀럽들에게 집에서 AR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특별 제작한 플레이트를 선물했다. 국내에선 BTS, 정해인, 강다니엘 등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해인이 사진을 올리자 카우스가 직접 "고맙다"는 메시지를 덧글로 붙였다. 사진 정해인 인스타그램 캡처

카우스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설치한 AR 작품. 사진 어큐트 아트

카우스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설치한 AR 작품. 사진 어큐트 아트

카우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미국인 아티스트다. 글로벌 예술 매체 '아트시'에 따르면, 예술과 장난감,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는 홍콩 '아트 바젤', 영국 '마스터피스 런던' 등 세계 유명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가장 잘 팔리는 인기 작가다. 미국 뉴욕에 있는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를 졸업한 뒤 월트 디즈니 소속 스튜디오 중 하나인 점보 픽처스에서 '101 달마시안' 등 작품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작가 겸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시작해, 눈과 손에 X자가 새겨진 자신의 캐릭터 '컴패니언'을 만들어내며 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1999년 이를 500개의 피규어로 처음 만든 작품은 출시 동시에 매진됐고, 그가 캘빈 클라인의 속옷 광고에 컴패니언을 그려 넣은 작품은 경매에서 1억5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국내에는 2018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가로 25m, 세로 28m, 높이 5m 크기의 거대한 피규어 작품을 띄워 이름을 알렸다.
18년 내한 당시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중과의 소통을 작품 활동의 핵심"이라고 꼽은 그는 이번 AR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실험에 도전했다. 휴대폰으로 어큐트 아트 어플을 다운받고 여기서 카우스의 AR 작품을 선택해 결제하면, 컴패니언을 집·사무실·카페 등 어느 곳에서나 자신의 휴대폰을 통해 가상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다. 비용은 한 작품을 24시간 동안 가상 보유할 때 6.99달러(약 8400원). 각기 다른 3종류의 작품을 10일 동안 보유해도 29.99달러(약 3만6100원)로, 30cm 높이의 피규어 하나에 50만~70만원 대인 카우스의 작품가에 비하면 저렴한 편에 속한다.
이와 함께 세계 주요 도시에서 AR 글로벌 공개 전시회도 연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비롯해 영국 런던(밀레니엄 교), 캐나다 멜버른(빅토리아 미술관), 미국 뉴욕(타임스퀘어), 프랑스 파리(루브르 박물관) 등 12개 도시에 가상의 대형 컴패니언이 2주간 설치된다. 이 역시 휴대폰에 다운로드한 어큐브 아트 어플을 통해서 볼 수 있다.

룰루레몬은 평소 모여서 했던 요가 커뮤니티 모임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바꿔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존 요가 모임의 모습. 사진 룰루레몬

룰루레몬은 평소 모여서 했던 요가 커뮤니티 모임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바꿔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존 요가 모임의 모습. 사진 룰루레몬

패션 브랜드가 고객 관리 차원에서 운영했던 커뮤니티 모임 역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형태로 달라졌다.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은 종전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등의 장소에서 진행했던 커뮤니티 회원 대상 요가 강좌를 3월 초부터 SNS를 통해 스트리밍 방송하고 있다.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요가 강사들이 한 달간 정해진 시간에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요가 클래스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방송에 접속한 사람들은 집에서 이를 보며 무료로 홈트(집에서 하는 운동)를 할 수 있다. 반응도 좋아서 지난 3월 4일 오후 8시부터 40분간 진행한 앰배서더 '비하'의 첫 라이브 방송에는 3000여 명의 사람이 접속했다. 룰루레몬 관계자는 "몸도 마음도 위축되기 쉬운 시기에 용기와 긍정의 마음으로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라이브 요가 클래스를 통해 각자 집에 있지만, 함께 운동하는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지켜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봤다"고 취지를 밝혔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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