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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끝내기 2점포 '북치고 장구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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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그리고 새로운 시작 401호.

8월의 시작과 함께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방망이에서 또 하나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1995년 5월 2일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갓 데뷔한 신인으로서 자신의 첫 홈런을 때려낸 뒤 차곡차곡 밟아 오른 홈런의 계단이 400이라는 숫자에 이른 것이다. 이승엽은 1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한신 타이거스와의 경기에서 1회 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시즌 32호이자 일본 진출 이후 76호째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때려낸 324개의 홈런과 합해 꼭 400개째 대포였다. 한신과의 경기를 앞두고 "한신은 투수가 강해서 (홈런을 때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던 이승엽이었지만 타석에선 자신감에 넘쳤다. 왼손 선발 이가와를 상대로 2사 3루의 찬스에서 첫 타석에 나선 이승엽은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8구째 가운데로 몰린 직구를 부드럽게 밀어쳤다. 차력사가 부드러운 신문지로 딱딱한 각목을 부러뜨리듯 400호 홈런도 이승엽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스윙에서 나왔다.

그의 방망이 끝을 떠난 타구는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큰 궤적을 그렸고 도쿄돔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20m의 선제 투런홈런이었다. 이승엽은 이날 2-2로 맞선 9회 말 2사 1루에서도 이가와를 상대로 극적인 끝내기 2점 홈런을 때려 이날을 자신의 날로 만들었다. 4타수 2홈런.4타점의 맹활약을 펼친 이승엽은 "12일 첫 돌을 맞는 아들에게 좋은 선물을 준 것 같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뻐했다.

76년 8월 18일생인 이승엽은 서른 번째 생일을 17일 앞두고 대기록을 작성, 메이저리그의 알렉스 로드리게스(31.뉴욕 양키스), 오 사다하루(65.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와 함께 만 서른 살 이전에 개인통산 400홈런을 때려낸 거포로 이름을 올렸다. 400홈런은 140년의 역사를 지닌 메이저리그에서 41명만이 남긴 대기록이며,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통산 868홈런의 오 사다하루, 504홈런의 장훈 등 13명만이 400홈런을 넘어섰다. 한국에서 300호 홈런, 일본에서 400호 홈런을 때린 이승엽. 신화의 완성과 함께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의 방망이는 꿈의 메이저리그에서의 500호 홈런을 겨누고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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