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당 언질 없었나"···후보 531명 미래한국당 공관위 고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9일 마감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 신청에는 539명의 후보가 신청했다. [뉴스1]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9일 마감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 신청에는 539명의 후보가 신청했다. [뉴스1]

“당에서 원하는 사람이 떨어지면 곤란하다.”

“당이 언질을 주면 편하다.”

10일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복수의 미래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비례대표 후보 선정 작업에 착수한 공관위는 ‘당 하달 인사’를 어떻게 할지를 비중 있게 논의했다고 한다.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으로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만 낸다.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공천 후보로 531명(비공개 97명 포함)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날 아침부터 종일 진행된 공관위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이날 비공개 회의에선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당에서 내려온 게 있으면 고려를 해야 한다.”

“그런 게 있다면 지금 바로 공개하시라.”

“그건 안된다.”

“맹목적으로는 당의 지시에 따르자는 건 아니다. 그래도 당에서 얘기를 해주는게 편하지 않겠나. 꼭 당선되어야 하는 인사가 탈락하면 곤란하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는 9일 만났다. 이후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주변에선 “몇몇 인사가 비례대표 지분을 나눠 가졌다”는 루머가 흘러나왔다. 때문에 이날 회의에 참석한 공천관리위원들 사이에선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지도부가 사전에 합의한 인선 방침이 있다면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나온 것이다.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추천은 민주적 심사 절차와 당원·대의원 등을 포함한 선거인단의 투표를 거쳐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 관계자는 “당헌 당규 등에 따라 여성·장애인 등 우대가 필요한 인물을 심사과정에서 고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특정 후보 명단을 공관위에서 고려하는 것은 민주적 심사 절차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에 대한 심사 방식을 놓고서도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당 관계자는 “한 공관위원이 ‘유영하 변호사는 언론의 관심대상이니 예외적으로 심사하자’고 제안했지만, 다른 위원이 ‘왜 그 분만 따로 해야하냐’고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유 변호사도 다른 후보들과 같은 조건에서 서류·면접심사를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서류-면접’ 심사 비율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서류와 면접의 비율을 8대2로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러다 “서류에서 당락이 좌우되면 곤란하다”는 반론이 나와 비율을 7(서류)대3(면접) 또는 6대4로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이날 공관위 회의에는 공병호 공관위원장과 조훈현 당 사무총장을 비롯해 진현숙 전 MBC 창사 50주년 기획단 부단장,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박지나 한의사, 소리나 변호사, 권혜진 세종이노베이션 대표 등이 참석했다.

미래한국당 공관위는 11일까지 서류심사, 15일까지 면접심사를 마치고 나서 후보 순번을 확정(최대 50명)한다. 이어 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공관위가 결정한 명단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하고, 추인된 명단은 미래한국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발표한다. 이 같은 절차를 16일까지 마치겠다는 목표다.

공병호 공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번 심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본으로 삼고 진행하겠다”며 “그동안 알게 모르게 계파 중심과 몫을 나누는 형식으로 비례대표 순서를 정했지만, 이번에는 철저하게 공정성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선 “결과적으로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인선을 좌지우지 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