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여인의 애절한 사랑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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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프랑스가 자랑하는 만능예술가 장 콕토 작 연극 『목소리』 가 27일부터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된다. 극단 산울림이 장 콕토 탄생 1백주년기념으로 막을 올리는 이 작품은 시·소설·평론·영화·발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롭고 기발한 감각과 착상을 유감없이 발휘한 귀재 콕토의 9개 희곡들 가운데 문학적 향기가 제일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작품.
오랫동안 사귀던 남자와 영원한 이별을 앞둔 여인의 마지막 전화통화로 지난날의 사랑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1인 극으로 1930년 초연에서 코메디 프랑데즈의 여배우 베르트 보비를 프랑스 연극 사에 길이 남는 명배우로 만들었다.
한 가닥 전화 줄로만 연결돼 있는 사랑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여인은 남자를 원망하기보다 그 동안 혼자 견뎌온 괴롭고 쓸쓸한 일상생활을 들려주며 그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표현한다. 사랑은 끝났더라도 아름다운 추억만은 상처 내지 말아 달라고 남자에게 부탁하며 여인이 전화 줄을 자신의 목에 감는 것으로 끝나는 비극.
세계 각국의 대표적 여배우들이 공연에 나서 갈채 받고 있는 이 작품을 『신의 아그네스』 『나이트. 마더』『송 앤드 댄스』 『하나를 위한 이중주』등으로 호평 받은 윤석화 씨가 펼쳐 보인다. 지난 75년 천중극단의 『꿀맛』으로 연극에 데뷔한 이래 뮤지컬 『애니』 『아가씨와 건달들』 『춘향전』등으로 계속 주목받고 있는 윤씨가 1인 극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배신당한 여인의 아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하는 아름다움을 최대로 살리고 싶다』는 그는 『아직까지는 썰렁한 객석 앞에서 공연해 본적이 없는데, 이제 모든 것을 「전화독배.」하나로 책임져야 하는 작품을 혼자 떠맡고 보니 행여 관객들의 발길을 불러모으지 못할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한다
연출은 임영웅 씨. 11월29일까지 매주 월·화·수요일 오후7시. 금·토·일요일은 오후3시와 7시에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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