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입국거부, 사전협의 없었다”는데, 日 “사전 통보했다”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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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아침 일본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의 여객기 도착 현황판. 서울에서 오는 대부분의 여객기가 결항으로 표시돼 있다. 윤설영 특파원

9일 아침 일본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의 여객기 도착 현황판. 서울에서 오는 대부분의 여객기가 결항으로 표시돼 있다. 윤설영 특파원

일본 정부가 9일부터 실시한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사전 통보했다”고 이날 주장했다. 이는 “일본 측이 사전 협의나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한ㆍ일 양국 간에 진실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스가 9일 "외교루트 통해 사전통보했다" #청와대 "단 한 마디 사전 협의도 없었다" #외교부 "사전통보 없는 것과 다름없어" 반박 #9일 입국 제한 실시...진실 공방 번질 가능성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9일 오전 정례 브리핑 때 “한국의 경우 조치 발표 시점에 한국 내 감염자가 6000명 이상으로 증가한 사실을 기초로 조치를 취했다”며 “일ㆍ한 관계에 영향을 줄 의도로 조치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우리나라의 생각이나 조치 내용에 대해선 외교 루트를 통해 한국 측에 사전 통보를 했으며, (조치를) 발표한 뒤에도 정중히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일본 측의 설명은 한국 정부의 입장과 정반대다. 외교부는 일본이 지난 5일 사실상의 입국 거부 조치를 발표하자 “그동안 일본 측에 추가 조치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수차례 촉구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전에 우리와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이러한 불합리하고 과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일본은 한국에 대해 이런 과도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단 한 마디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과도한 조치에 한국은 절제된 방식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9일 스가 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외교부 당국자는 “기존에 설명한 입장과 같다"며 "14일 대기, 사증 발급 중단 등 (일본 측의 조치와) 관련해 사전 통보는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당국자는 "도쿄 주한대사관 관계자가 (외무성 관계자를) 만나니까 '전혀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이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 구체적인 조치는 전혀 보고받지 못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ㆍ일 양국 모두 9일부터 입국제한 조치를 하면서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이처럼 ‘사전 통보’를 둘러싼 진위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아베 정권이 급조하듯 이번 조치를 내놓은 뒤 일본 국내에서조차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등 반발이 일자 일종의 면피성으로 ‘사전 통보’를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스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정대로 3월 말까지만 조치를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서 확정적인 예견이 곤란하다"며 "제외국의 상황이나 조치 등 여러 가지 정보나 식견을 토대로 검토한 뒤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김상진·이유정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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