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태극기 전도사도 “집회 자제하자” …광화문 광장, 2주째 한산

중앙일보

입력

7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김민중 기자

7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김민중 기자

“이 정부가 싫든 좋든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하는 건 좀만 더 자제해야죠.”

7일 낮 서울 종로구의 광화문광장과 정부서울청사 사이에서 만난 황인옥 전도사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7년부터 새일교단 말세복음권세부흥단 소속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종교 전도를 하기 위해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전도도 중요하고 멸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은 토요일인데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2주 전만 해도 주말에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대규모 집회로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경찰이 지난 주말부터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심 집회를 금지했다. 간간이 황 전도사처럼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이 보일 뿐이었다.

보수 성향의 1인 시위자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집회 금지 조치에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감을 가질 만도 하지만 신종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만큼 따르는 분위기다.

진보 성향의 1인 시위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2월부터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A씨는 “도심 집회는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며 “집회를 안 해도 문 대통령이 신종코로나를 막느라 얼마나 힘들겠냐”고 말했다. 그는 범투본이 대규모 집회를 할 때를 회상하며 “적들 속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일반 시민 “간만에 한적해 좋아” 

일반 시민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정원택(70)씨는 일을 보러 나왔다가 잠시 광화문광장에 들러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정씨는 “오랜만에 광장이 조용하고 얼마나 좋냐”고 말했다. 인근 주상복합에서 거주하는 김모(45)씨는 “주말마다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신종코로나가 퍼질까 불안했는데 이제 좀 안심이다”고 했다.

광장 주변으로는 “집회·시위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범투본이 출력하는 군가 등의 음악은 들리지 않았다. 서울시 방송차의 집회 금지 안내 방송 소리가 가장 컸다.

한쪽선 문중원 기수 사망 99일만에 장례

다만 이날 오후에는 잠시 한쪽으로 인파가 몰렸다. 고(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가 시민분향소에 있던 문 기수의 시신을 운구차에 실었기 때문이다. 문 기수가 지난해 11월 29일 한국마사회의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99일 만에 장례를 시작한 것이다. 전날 마사회와 비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 등에 합의한 덕분이었다. 이 단체는 차량 1000대를 이용해 과천경마공원부터 광화문광장까지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가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가 가장 필요한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는 취하지 않은 채 자신들에게 불리한 태극기 집회를 막으려고 광화문광장 일대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고 비판했다.

7일 오후 광화문광장 인근의 고(故)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에서 문 기수의 운구차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광화문광장 인근의 고(故)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에서 문 기수의 운구차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투본 “내일 교회서 연합예배”

이날 집회를 열지 않은 범투본은 8일에도 도심 집회를 하지 않는다. 대신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전주에 이어 주일 연합예배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랑제일교회는 범투본을 이끄는 전광훈 목사(구속)를 담임목사로 두고 있다.

범투본 관계자는 “신자들이 많이 오면 지난주와 같이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주차장에도 임시 예배당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중·이가람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