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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고립되고 바이든 ‘하이킥’…경계심 높이는 트럼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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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호 13면

글로벌 이슈 되짚기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이 ‘수퍼 화요일’인 지난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이 ‘수퍼 화요일’인 지난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결국 ‘일대일’ 맞대결이 됐다. 한때 28명의 후보가 난립했던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진검승부로 압축됐다. 바이든이 이끄는 중도파와 샌더스가 대표하는 진보 진영의 본격적인 세 대결로도 읽힌다.

미 민주당 대선 경선 양자 대결 #‘바이든 대세론’ 탄력, 중도파 결집 #사퇴한 워런, 샌더스 지지 미지수 #트럼프, 바이든보다 샌더스 선호 #10일 ‘미니 화요일’ 승부에 촉각

바이든은 지난 3일 ‘수퍼 화요일’을 기점으로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경선에서 14개 주 가운데 텍사스 등 10개 주에서 승리를 챙겼다. 6일 현재 552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샌더스보다 63표를 앞서고 있다. 아이오와·뉴햄프셔·네바다 등 1~3차 경선에서 부진했던 바이든으로선 대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4차 경선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승리가 디딤돌이 됐다. 이후 ‘바이든 대세론’이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중도파 결집이 본격화됐다. 4차 경선 직후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후보 사퇴를 했다. 수퍼 화요일이 끝난 뒤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낙마했다. 이들 모두 바이든 지지를 밝히고 후보에서 물러났다.

진보 진영에서도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긴 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지난 5일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에서조차 3위로 밀리자 대권 꿈을 접은 것이다. 하지만 중도 진영처럼 표가 결집될지는 미지수다. 워런이 아직까지 샌더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워런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워런과 샌더스는 같은 진보 성향이지만 껄끄러운 관계다. 건강보험 개혁과 부자 증세 등 정책적 측면에선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둘 사이엔 성차별 갈등이 있었다. 그동안 워런은 “샌더스가 ‘여성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하며 샌더스를 성차별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샌더스는 이를 부인했지만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AP통신 등은 “만약 워런이 바이든 지지를 표명할 경우 샌더스는 더욱 힘겨운 싸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경선 분위기가 점점 샌더스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대통령은 바이든의 부활을 부쩍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는 바이든에 대해 “대단한 컴백”이라고 평가하며 워런이 진작에 하차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워런은 정말 방해물이다. 다른 (중도) 후보들은 일찍 포기해 바이든을 도왔는데 워런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선 경쟁 상대로 바이든보다 샌더스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 구도를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로 몰아갈 경우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경선이 ‘양자 대결’ 구도로 바뀜에 따라 ‘매직 넘버 1991’을 향한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991은 민주당 대권주자가 자력으로 대선후보가 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 수다. 워싱턴 정가에선 역전에 성공한 바이든이 샌더스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사퇴한 중도파 후보 등의 지원으로 바이든 지지 세력은 점점 불고 있다. 지난 5일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번 주에만 민주당 의원 26명의 공개 지지를 얻어냈다. 반면 샌더스를 지지하겠다는 의원은 지난달 20일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샌더스 지지를 선언한 의원은 9명뿐이다.

이는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샌더스의 약점 중 하나다. 진보 색깔이 선명한 샌더스의 지지층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트럼프와의 본선 맞대결에서 중도 유권자들을 흡수하기 힘든 샌더스가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샌더스는 주로 젊은층과 중남미계, 당내 소수인 진보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샌더스는 “지지층을 젊은 세대로부터 다양한 인종과 계층으로 확장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그가 민주당원이 아닌 무소속 후보라는 점도 경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CNN 등은 “지난 수퍼 화요일 경선에서 보듯 저학력 근로자들의 샌더스에 대한 지지가 4년 전만 못하다. 그의 지지층은 확대는커녕 위축되는 분위기”라며 “특히 흑인 유권자들에 대한 공략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본선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노인·흑인과 당내 주요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바이든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독주를 막아낼 중도 진영의 대표 선수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대세론을 굳힐 심산이다. 게다가 당내 기득권층인 현역 의원과 주지사 등은 샌더스보다 바이든을 선호한다. 샌더스가 본선 후보가 될 경우 오는 11월 대선 때 함께 실시되는 상·하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오는 10일에는 미시간 등 6개 주에서 총 352명의 대의원을 뽑는 경선이 열린다. 규모가 작지 않아 ‘미니 화요일’로도 불린다. 바이든이 여기서도 승리할 경우 대세론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샌더스의 반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내다봤다. 6개 주 중 4곳이 샌더스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바이든과 샌더스에겐 6차 경선이 양자 대결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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