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태악 대법관 "거듭하여 다짐…재판독립 침해시도 배척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9일 노태악 당시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달 19일 노태악 당시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노태악(58·연수원 16기) 신임 대법관이 4일 "재판독립을 침해하려는 내·외부의 시도를 과감히 배척할 것"이라 밝혔다. 조희대(63·연수원 13기) 전 대법관의 후임자로 취임한 노 대법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현재 사법부가 처한 상황은 재판과 독립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며 "거듭하여 다짐한다. 재판의 독립이란 헌법적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고 공정하며 예측 가능한 재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강조했다.

노 대법관의 취임사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불거진 사법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신임 대법관이 취임사에서 재판 독립에 대해 "거듭하여 다짐한다"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노 대법관은 "대법관 임명과정을 거치며 법원을 향한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차갑고 재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노 대법관은 또한 취임사에서 '예측 가능한 판결'을 두 차례나 언급하기도 했다. 노 대법관은 "판결을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사회의 기본적 가치를 확인하며 예측 가능한 법적 환경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따른 시대의 요청도 읽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퇴임한 조희대 전 대법관(가운데)의 모습. 사진은 지난 1월 9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간담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인사말을 경청하는 조희대 대법관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일 퇴임한 조희대 전 대법관(가운데)의 모습. 사진은 지난 1월 9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간담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인사말을 경청하는 조희대 대법관 모습. [연합뉴스]

노태악, 김명수 대법원 균형추 될까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최근 법조계에선 대법원의 판결이 한 방향으로 쏠리며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노 전 대법관이 법적 안정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도로 분류되는 노 대법관이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원 판결의 균형추 구실을 할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노 대법관의 전임자인 조 전 대법관이 3일 퇴임하며, 14명의 대법관 중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은 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 대법관만 남게 됐다. 권순일(61·연수원 14기) 대법관의 임기도 올해 9월까지다. 올해까지 14명의 대법관 중 11명의 대법관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뜻이다.

노 대법관은 패소한 당사자도 재판부의 결론을 존중하는 재판을 언급하며 취임사에서 고(故) 김홍섭 법관의 "좋은 법관이기 이전에 또는 그와 동시에 친절하고 성실한 인간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노 대법관은 이 말을 "6년의 임기를 마칠 때까지 새기고 또 새기겠다"고 밝혔다.

대구 계성고와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노 대법관은 1990년 수원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판사와 서울북부지방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박보영(59·연수원 16기) 전 대법관에 이은 두 번째 한양대 출신 대법관이다. 추미애(62) 법무부 장관의 대학 후배이자 사법연수원 두 기수 후배이기도 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