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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일 때 도로에 발 내디디면 “뒤로 물러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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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성동구청은 오는 25일 ‘민식이법’ 시행을 앞두고 관내 모든 초등학교 앞에 스마트 횡단보도를 설치한다.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길을 건너려 하면 음성 경고가 울린다. [사진 성동구]

성동구청은 오는 25일 ‘민식이법’ 시행을 앞두고 관내 모든 초등학교 앞에 스마트 횡단보도를 설치한다.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길을 건너려 하면 음성 경고가 울린다. [사진 성동구]

“위험하오니 뒤로 물러나 주세요.”

학교 앞 ‘똑똑한 횡단보도’ 속속 설치 #25일부터 ‘민식이법’ 시행 앞두고 #성동구 44억 투입…7곳 우선 설치 #안동시·검단엔 활주로형 횡단보도

3일 서울 성동구청 앞 횡단보도. 신호등은 아직 빨간불인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행인이 무심코 도로로 내려서자 경고음이 나온다. 곧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자 이번엔 “좌우를 살피세요”란 안내음이 울렸다. 횡단보도에 설치한 전광판엔 정지선을 지키지 않은 차량 번호도 뜬다. 카메라가 자동으로 번호판을 인식해 운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위반한 차량 번호를 알리는 셈이다.

흰색 선 일색이던 횡단보도가 진화하고 있다. 오는 25일 이른바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도입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학교 인근의 횡단보도를 ‘똑똑한 횡단보도’로 바꿔나가고 있다. 법 개정안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시속 30㎞를 초과해 달리거나 전방 주시 등 안전 운전을 하지 않아 13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다치면 운전자는 가중처벌된다.

‘똑똑한 횡단보도’에서 가장 앞서가는 곳은 성동구다. 성동구청은 올해 44억원을 투자해 21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스마트 횡단보도’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지난해 8월부터 두 달간 사고 위험이 높은 7곳의 초등학교 앞 도로에 처음 도입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보행 신호등을 바닥에도 설치했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친구와 장난치느라 산만한 아이들이 신호가 바뀌면 신호를 쉽게 알도록 하기 위해서다. 밤엔 조명을 기존보다 2~3배 밝게 만들었다. 행인은 물론 운전자도 멀리서 횡단보도 상황을 빨리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효과도 있었다.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로 지난해 10월 정지선 위반 차량은 77.8% 줄어들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도로에서 발생한 모든 정보는 관제센터로 모인다. 이곳에서 직접 데이터를 분석해 교통사고 발생 지역을 추리고 예방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승면 성동구 교통시설팀 전문관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원격제어가 가능하도록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며 “초등학교 주변은 물론 교통사고가 잦은 곳을 중심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구로구 역시 최근 구일초등학교 등 4곳의 학교 앞에 ‘스마트 교차로 알림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길을 건너는 어린이에게 표지판과 음성을 통해 차가 가까이 오는지 알려주고, 운전자는 전광판으로 주행속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우회전 알림이’ 서비스도 시작했다. 차가 횡단보도에 우회전해 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방지를 위해서다. 카메라가 차량의 우회전 여부, 보행자가 접근하는지를 파악해 알려준다. 운전자에게는 전광판을 통해 ‘우측 보행자 주의’ 문구를 보여주고, 보행자에겐 ‘좌측 차량 주의’ 알림을 해주는 방식이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해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활주로형 횡단보도’를 만들었다. 횡단보도 양옆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유도등을 매립해 비행기 활주로처럼 잘 보이게 만든 것이다. 기상청 정보를 전송받아 계절에 따라, 일출·일몰 시각에 맞게 점등시간이 자동으로 바뀐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난해 교통사고가 많은 지역과 신호등이 없는 이면도로 등 86곳에 설치한 데 이어 올해도 활주로형 횡단보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는 올해 초 이 활주로형 횡단보도를 설치했고,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도 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충남 세종시에선 전광판을 통해 운전자와 보행자가 각각 차량 운전 속도와 보행자 접근 여부를 알 수 있는 ‘교차로 안전 서비스’를 최근 시작해 교통사고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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