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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원 넘는 마스크, MB필터 가격 폭등 탓? 따져보니 거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당초 이날 서울·경기 특별공급 물량은 55만장으로 계획했지만 정부와 협조해 55만장을 추가 조달키로 했다. 1인당 판매수량 5매로 마진 없이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공급했다. 뉴스1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당초 이날 서울·경기 특별공급 물량은 55만장으로 계획했지만 정부와 협조해 55만장을 추가 조달키로 했다. 1인당 판매수량 5매로 마진 없이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공급했다. 뉴스1

 “KF94 마스크는 1000원 이하에 살 수 있어야 정상이에요.”

세계 최대 황사마스크 생산 공장을 보유한 웰킵스 박종한 대표는 3일 이렇게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와 함께 한장당 4000원도 우습게 넘겼던 마스크 가격은 정부가 나서면서 1300~1800원 수준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제조원가에 비해 비싸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대량 구매 시 한장에 1000원 이하로 살 수 있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건 마스크 원자재 가격 폭등이다.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마스크뿐 아니라 원ㆍ부자재 가격도 함께 올랐다는 것이다. 실제 마스크의 핵심 원자재인 MB(Melt Blown) 필터의 가격은 코로나 19가 시작되면서 ㎏당 1만원에서 3만원까지 올랐다.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MB 필터 생산업체 12곳에 대해서 거래 명세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핵심부품 가격 3배로…영향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경북 구미의 마스크 원자재 생산업체인 도레이첨단소재를 방문해 생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경북 구미의 마스크 원자재 생산업체인 도레이첨단소재를 방문해 생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은 마스크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마스크 제조원가를 파헤쳐봤다.
마스크의 주요 원자재는 총 4개다. 내피와 외피를 구성하는 SB(Spunbondㆍ부직포), 외부로부터 공기를 걸러내는 MB 필터, 귀걸이 밴드, 노즈 클립이다. 부직포(不織布)는 실(직조)을 거치지 않고 섬유에서 곧바로 만드는 천이다. MB 필터는 고분자인 열가소성 수지를 녹인 뒤(melt), 고속으로 분사(blown)해 필터 성능을 갖게 한 부직포다.

마스크 제조원가가 100원이라면 SB가 10원, MB 필터가 15~20원, 귀걸이 밴드와 노즈 클립이 각각 15원과 5원을 차지한다. 여기에 약 10원의 포장재(파우치) 가격과 인건비, 가공비(자르고 붙이는 일), 마케팅비용 등 기타비용을 합하면 제조원가가 된다. 순수한 원부자재 비용은 제조원가의 50~60%를 차지한다. 마스크 제조원가는 보통 300원 이하다. 저가 원자재를 쓰거나 기타비용을 줄이면 200원 이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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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필터 마스크 1개에 1.5g…최대 30원 올라

마스크 1개를 생산하는데 MB 필터는 약 1.5g이 쓰인다. 코로나 19 사태 이전이라면 마스크 1개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MB 필터 비용이 15원이었겠지만, 지금은 45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박 대표는 “MB 필터 비용이 많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납품가격 700원에 크게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일 오후 경북 문경에 위치한 보건용 마스크 생산업체를 방문해 마스크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일 오후 경북 문경에 위치한 보건용 마스크 생산업체를 방문해 마스크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국산 원자재만 써도 생산 충분”

실제 국내 주요 마스크 제조업체는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국산 원·부자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마스크 생산업체인 에버그린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는 아예 가격을 동결했다. 이승환 에버그린 대표는 “코로나 19는 곧 종식될 상황이고, 업체로선 당장의 이익 실현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처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국산 원자재만 써도 마스크 생산 목표량(하루 약 1200만개)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일 브리핑에서 “국내에서만 약 1290만개의 MB 필터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중국산 MB 필터를 쓰는 일부 마스크 제조업체는 어려움을 겪는 만큼 정부는 국산 대체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마스크 제조업체 136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가격 등을 이유로 중국산 MB를 쓰는 업체는 22곳이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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