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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불법체류자 "내가 먼저 탈출" 제주 출입국청 200명 북새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앞에서 한 외국인 민원인이 빵을 먹고 있다. 뒤로 보이는 청사 앞마당에는 중국인들이 민원 처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앞에서 한 외국인 민원인이 빵을 먹고 있다. 뒤로 보이는 청사 앞마당에는 중국인들이 민원 처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3일 낮 12시 제주시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정문부터 중국말이 들려온다. 중간중간 서툰 한국말도 나온다. 청사 앞마당에도 중국어를 사용하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청사 오른편 출구에는 출입국 사무를 보려는 중국인들 수심명이 10m 가량 줄을 서 있다.국내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되자 제주를 빠져나가려는 중국인들이 출입국청에 몰려든 까닭이다.

제주외국인·출입국청 중국인 행렬 이어져 #코로나19로 일자리 줄고 감염 걱정돼 귀향 #무사증 중단 2월 중국인 7만3078명→4355명 #면세점 등 중국인 타깃 관광업계 개점휴업 #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 측면 출입구에 출국행정업무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이 10여m 길이로 줄지어 서있다 . 최충일 기자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 측면 출입구에 출국행정업무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이 10여m 길이로 줄지어 서있다 . 최충일 기자

법무부는 3일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도내에 230명의 불법체류자가 자진출국 신고를 했고 54명이 출국했다. 176명은 현재 출국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을 유도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 당국은 지난 1월부터 자진 출국 불법 체류자들에게 입국 금지 및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재입국 기회를 부여한다고 공지했다.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에 자진출국 사전 신고제도 팻말이 세워져 있다. 최충일 기자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에 자진출국 사전 신고제도 팻말이 세워져 있다. 최충일 기자

이 때문에 출입국청을 찾은 중국인이 오전 한때 한꺼번에 200여 명이 몰려 자진해 출국신고서를 내려고 작은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중국 시안(西安)에서 지난 2002년 제주에 온 중국인 L(32)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전 일찍부터 줄을 섰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걱정도 되고, 최근 제주에 관광객이 없어 일거리가 없다"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중국내 전파 속도가 빨라지자, 올 초부터 도내 미등록 외국인의 자진출국 신청은 크게 줄었다. 실제 1월1일부터 2월25일까지 자진출국 외국인은 9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92명과 비교해 33%나 감소했다. 올해 1월13일 이후에는 자진출국 외국인이 없다시피 했다.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앞을 나서는 외국인들. 최충일 기자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앞을 나서는 외국인들. 최충일 기자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정부가 2월23일 대응 수준을 기존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신청자가 급증했다. 정부 발표 이튿날인 지난달 24~25일에만 하루 74명꼴로 자진출국 의사를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절기 일평균 신청 27명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체류기간을 넘긴 제주도내 미등록 외국인은 2013년 1285명에서 2017년 9846명으로 증가한데 이어 2018년 1만명을 넘어섰고 현재도 1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들어오는 중국인도 줄었다. 무사증 정책이 임시 중단된 제주는 중국인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정부에 건의해 지난달 4일부터 한시적으로 제주의 무사증 입국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중국 항공 노선도 함께 운항이 중단됐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3월 1일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만6437명이다. 이중 중국인은 43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3078명 대비 94% 줄었다.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 출입구에 출국행정업무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 최충일 기자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 출입구에 출국행정업무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 최충일 기자

최근 중국의 저비용항공사인 춘추항공(春秋航空)이 제주-상하이 노선 운항을 재개했지만 주로 중국으로 되돌아가는 자국민을 위한 임시운항의 성격이 짙다. 중국인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일시 휴점하기도 했던 도내 면세점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도내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70∼80% 줄어들어 이달 들어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2월 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액을 전망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오는 6월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최대 350만명의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한 피해 예상금액은 매출기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제주도의 관광산업 한해 매출액 6조5000억원의 23% 수준이다.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 측면 출입구에 출국행정업무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3일 낮 12시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 측면 출입구에 출국행정업무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 관광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무사증제는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처럼 부작용이 분명하게 나타나면 유연하게 일정 기간은 임시 중단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제주도처럼 관광을 주산업으로 하는 국가들이 무사증제를 이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만큼 전면적인 폐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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