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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명 중 확진자 3명, 인도가 코로나19 강한 건 카레 덕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하라·심채윤의 비건라이프(22)

어린 시절에 일기 예보는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내일 날씨는 어떨까? 밖에 나가서 놀 수 있을까? 비가 와서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맘때쯤이면 황사 소식에 괜히 싫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흙먼지 많은 운동장에서 하늘까지 뿌옇게 모래바람이 불면 옷 속까지 스며들고 입안에서 모래가 씹혔다.

2020년을 사는 우리 아이들도 아침마다 날씨를 확인한다. 시대가 바뀌어 스마트폰으로 확인한다는 것이 달라졌고 날씨 외에 미세먼지 지수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초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면 아이들도 무척 실망한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올해는 중국에서 발생된 미세먼지가 잠잠한가 싶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시름이 늘었다.

인도에서는 현재까지 3명의 확진자만 발표되었고 모두 완치되었다. 2020년 3월 1일 기준. [사진 존스 홉킨스 대학교]

인도에서는 현재까지 3명의 확진자만 발표되었고 모두 완치되었다. 2020년 3월 1일 기준. [사진 존스 홉킨스 대학교]

여러 나라에 바이러스가 퍼졌지만 유독 인도에는 확진자 수가 매우 적었다. 약 14억에 가까운 인구로 1위인 중국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는 데다 단위 면적당 인구밀도는 중국보다 훨씬 많다. 왜 인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했을까? 아시아 전역으로 퍼진 바이러스임에도 불구하고 인구밀도가 매우 높고 위생환경이 좋지 않은 인도에 특별한 방어막이라도 있는 걸까? 인도에서 확진자는 단 3명이고 그마저도 우한에서 온 중국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도 사람들은 정말로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을까? 확진 검사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고 확진자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가능성 있는 의견이다. 반대로 만약 인도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인구밀도가 높고 위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중국보다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인도에서 공식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외신들이 보도하지 않을 리가 없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강한 향신료, 채식 위주의 식문화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블룸버그통신은 2월 28일 보도에 인도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2월 29일까지 발표된 인도 내 언론과 여러 외신 보도들을 보아도 확진자가 우한 대학생 3명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동일했다. 인디아 투데이의 2월 28일 자 보도에 의하면 인도 전역에는 105개의 바이러스 진단 연구소가 있는데 지금까지 2707개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조사가 이루어졌고, 우한에서 온 중국인 학생 3건만 양성이었다고 한다.

G 아룬쿠마르 박사(Dr G Arunkumar, director, Manipal Institute of Virology, Karnataka)는 인도에서 계절성 독감과 감기가 일 년 내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딜리프 마발란카르 박사(Dr Dileep Mavalankar, director, Indian Institute of Public Health, Gandhinagar)는 2월 29일 자 힌두스탄 타임즈(Hindustan Times)에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염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많은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 중 하나가 된 신종플루(H1N1)처럼 새로운 코로나19에 대한 집단 면역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사람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임에도 면역력이 강하다는 말은 현지에 가봤거나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은 과학적 관찰과 증명이 필요한 부분이기에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음식과 몸의 면역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과학적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인도 사람들이 먹는 음식도 생각하게 되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머물 때, 인도인들이 이웃이었다. 창문과 테라스를 마주하는 집에 모두 인도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카레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창문을 열거나 테라스에 나가면 집안에 향신료 냄새가 꽉 찰 정도였다. 인도인들의 카레와 향신료 사랑을 해외에서도 느낄 수 있었으니 본국에서는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간다.

인도식 카레에 들어가는 다양한 향신료. [사진 aishwaryaaroumont 인스타그램]

인도식 카레에 들어가는 다양한 향신료. [사진 aishwaryaaroumont 인스타그램]

카레의 주성분 중 하나인 강황, 우리나라에서는 울금이라고 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강황=울금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의보감 내경편을 보면 “토혈과 코피를 멈추게 하고 나쁜 피를 친다”라고 했다. 면역을 높이는 데 칭찬을 아끼지 않은 약초다. 강황에 들어있는 커큐민 성분이 주된 역할을 하는데 커큐민만 뽑아낸 효과와 강황 그대로를 섭취하는 것은 효능이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이 카레를 즐기지만 인도의 카레와는 향부터가 다르다.

실제 강황가루로 카레를 만들면 시판되는 제품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진한 맛도 맛이지만 향도 다르다. 시판 카레에는 밀가루, 육류 성분, 유제품 성분이 들어간다. 맛은 더 좋을지라도 카레가 주는 역할은 미미하다. 맛과 향이 진한 인도식 카레와는 결이 다른 음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평소 면역을 위해 강황은 가까이할 가치가 있다.

강황이 좋다고 카레나 식사에 활용해서 매일 먹기에는 쉽지 않은데 우리는 울금가루를 스무디에 넣어 자주 마신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수많은 식품이 있지만, 강황은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식품으로 면역에 좋은 작용을 하는 검증된 식품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강한 인도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라도 면역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스무디를 마신다.

작가·PD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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