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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탓 코로나 탓…또 아쉬운 공동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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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아이스하키 안양 한라 주장 조민호. [사진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 안양 한라 주장 조민호. [사진 안양 한라]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파이널이 취소됐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또다시 공동 우승이네요.”

아이스하키 안양 한라 조민호 인터뷰

휴대전화로 흘러나오는 아이스하키 안양 한라 공격수 조민호(33·사진) 목소리에선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라는 지난달 29일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리그 파이널이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면서 사할린(러시아)과 공동우승했다.

처음이 아니다. 한라는 2010~11시즌에도 파이널 취소로 도호쿠 프리블레이즈(일본)와 공동우승했다. 2011년 3월11일 한라는 파이널을 위해 일본 센다이 공항에 도착했다. 바로 그날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몇 시간 뒤 센다이 공항이 물에 잠겼다. 선수단은 고리야마 호텔에서 공포의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후쿠시마 공항을 통해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011년 3월 일본에서 지진 때문에 고속도로에 갇힌 한라 선수들이 지쳐 버스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사진 안양 한라]

2011년 3월 일본에서 지진 때문에 고속도로에 갇힌 한라 선수들이 지쳐 버스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사진 안양 한라]

당시 한라 원정멤버 주장이었던 조민호는 “이륙 후 40분 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고 들었다.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긴 셈”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선수였던 패트릭 마르티넥 감독은 한국에 와서도 “아파트가 흔들린다”며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9년 만에 외부 요인으로 또 공동우승한 조민호는 “한 번도 힘든 일을, 두 번이나 겪었다. 지난 시즌 파이널에서 졌던 사할린에 설욕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팬과 선수 안전을 생각하면 취소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라 골리 맷 달튼 등 귀화 선수들은 “시즌 후 미국에 돌아가면 입국 거부당하는 거 아닌가”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오지 이글스(일본)와 플레이오프를 무관중 경기로 치른 조민호는 “신이 안 났다. 팬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세계선수권대회(4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최종예선(8월) 준비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2018 평창올림픽 체코전에서 한국 아이스하키의 올림픽 첫 골을 뽑아낸 조민호. [연합뉴스]

2018 평창올림픽 체코전에서 한국 아이스하키의 올림픽 첫 골을 뽑아낸 조민호. [연합뉴스]

조민호는 ‘투혼’의 대명사다. 2012년 상대 스케이트 날에 베여 오른손 손목과 동맥을 크게 다쳤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체코전에서 한국 아이스하키의 올림픽 첫 골을 뽑아냈다. 퍽에 맞아 지금도 앞니가 3개나 없다. 조민호는 “임시 치아를 사용하는데 괜찮다. 하키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아주 힘드신데, 하루빨리 좋아져서 팬 앞에서 하키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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