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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포에 금값마저 7% 급락…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 추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 추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이성엽(가명·41) 씨는 연초 성과급으로 생긴 여윳돈 900만원으로 금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일반 주식에 돈을 넣자니 불안하고, 당분간 글로벌 시장도 뒤숭숭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씨는 "최근 금값이 떨어진 기회를 활용해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파르게 뛰던 금값이 하루아침에 급락하자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주식이 죽을 쑤는 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금값이 하락한 지금이 '투자 적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반영됐다. 다수의 전문가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신중히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최근 가격 내린 건 차익 실현 탓"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온스당 1676.60달러까지 오르며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국제 금값(선물 기준)은 28일 1566.70달러까지 후퇴했다. 4거래일 만에 6.6% 빠졌다. 국내 금 시세도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지난달 24일 g당 6만4800원이던 것이 2일엔 한 주 새 5.1% 떨어진 6만1520원이 됐다. 통상 시장에 불확실성이 클 때 투자가 몰려 금값이 오르는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금값이 상승 랠리를 이어온 탓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경향이 강한 데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가 커지면서 금마저 현금화하려는 심리가 퍼졌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제 금값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문가 "저금리 등으로 추가 상승할 것"

하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 가격 약세는 펀더멘털(기초 여건) 요인이 아닌 일시적 자금 흐름에 따른 것이라,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며 "오히려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값 추가 상승이 점쳐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저금리 환경에 있다. 금은 이자가 붙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땐 투자 매력이 낮고, 금리가 낮을 때 선호도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달 28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고 우리의 수단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연준이 3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를 흔들 악재가 겹겹이 쌓인 점도 금값을 밀어 올리는 요소다.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비롯해 미국·중국 간 2차 무역협상, 미국 대통령 선거 등으로 투자심리가 불안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피해가 불가피한 이상 주요국 중심의 강한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한 '골드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금값, 역사점 고점 넘어설 수도"

아직 사상 최고치까지 여유도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벌어진 2011년 9월 금값은 온스당 190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은 2011년에 비해 완화 강도가 약하지만, 실질금리는 더 낮은 수준"이라며 "이에 따라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도 계속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값이 역사적 고점(온스당 1900달러 전후)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영향이 올 2분기(4~6월)까지 이어질 경우 금값이 1년 안에 온스당 1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골드바(금괴)를 사는 것 외에도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1g 단위로 사거나 금 ETF, 상장지수증권(ETN),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가격 변동 폭의 두 배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도 있다.

다만 투자 땐 주의해야 한다. 금 자체가 가격 변동성이 큰 상품이라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금값이 떨어지면 일반적인 상품보다 손해가 더 크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단기에 많이 오른 만큼 '몰빵 투자'는 피해야 한다"며 "가격이 조정을 받을 때 매수하는 전략이 좋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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