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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할 땐 슈퍼맨 같은 능력 발휘하는 22세의 PGA 우승자 임성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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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 [AFP=연합뉴스]

임성재. [AFP=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한 임성재(22)는 지난해 PGA 투어 신인상을 받았다. 우승 없는 신인왕이 옥에 티였는데 이 번 우승으로 결점을 없앴다.

사진기억능력, 관찰력, 모방 능력 #다른 선수 스윙 곁눈질로도 배워 #낯선 환경·코스에서도 실력 발휘 #더 큰 무대에서 더 뛰어난 활약

임성재는 중요한 순간 슈퍼맨 같은 힘을 내는 스타일이다. 더 큰 무대에 갈수록 더 능력을 발휘한다. 한 번 보면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천재적 능력도 있다.

임성재는 6세 때 골프를 시작했으나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레이디 티에서 90타를 깨지 못했다. 그런데 시험 삼아 초등학생 대회에 나가니 77타를 쳤다. 80대 타수를 바로 뛰어넘어버렸다. 중요한 순간이 되면 임성재는 천재적인 능력이 드러났다.

고비도 많았다. 고교생이던 2016년, 임성재는 한국과 일본 투어 출전권을 동시에 땄다. 아직 어린 임성재로서는 버거운 목표였다. 성적이 나빠 시드를 잃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몸 속의 슈퍼맨이 나왔다. 임성재는 “경기 출전 자격이 없어지는 마지막 경기에 월요 예선을 거쳐 출전해서 4등을 했다. 그 덕분에 다음 경기에 나갈 자격을 얻었다. 그다음 경기에선 또 10위 안에 들어 조건부 출전 자격을 따냈다. 그다음 더 큰 경기에서 11등을 해서 전 경기 출전권을 땄다”고 말했다.

2017년 말 미국 무대의 문을 두드렸다. 2부 투어 1차 퀄리파잉 스쿨에 나갔는데 사실 무리였다. 일본 일정 탓에 대회 직전에야 경기장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도 안 됐고 피곤한 상황이었다. 6라운드 퀄리파잉 스쿨에서 그는 5라운드까지 2언더파로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임성재는 마지막 날 8언더파를 기록하면서 2차 대회에 나갈 수 있었다. 2차 대회에서도 탈락하는 듯했지만, 마지막 날 또 8언더파를 쳤다. 3차 대회에서는 3라운드에 무려 60타를 쳤다.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할 때도 위기가 있었다. 마지막 홀 88야드를 남기고 친 웨지샷이 뒤땅이었다. 그린 옆 벙커에 들어가고 말았다. 보기를 한다면 연장전에 가야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임성재는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20m 벙커샷을 홀 60cm 옆에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임성재는 관찰력이 좋다. 그린 등 코스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 [AP]

임성재는 관찰력이 좋다. 그린 등 코스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 [AP]

임성재는 2018년 2부 투어에서 첫 대회부터 우승을 차지했다. 두 번째 대회에서는 2위를 했다. 상금 1위로 여유 있게 PGA 투어에 진출권을 땄다. 아버지 임지택 씨는 “성재는 승부욕이 대단하다. 어릴 때부터 경기에서 마음에 드는 샷이 안 나오면 흐르는 코피를 틀어막고 연습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울거나 화를 내곤 했다. 그런 기를 꺾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찰력도 임성재의 특별한 능력이다. 어머니 김미씨가 전한 아들의 어릴적 이야기다.

“저 차는 어제 본 그 차 같네.”
“아니요. 엄마 어제 그 차는 바퀴에 작은 빨간 점이 있었는데, 이 차는 그게 없어요.”

임성재는 마치 사진을 찍어 놓은 것처럼 예전 일을 정확히 기억했다고 한다. 김미씨는 “글자를 모를 때도, 글자를 유심히 보고 받아쓰기 100점을 받아 왔다”고 전했다.

임성재는 아직 스물 둘이다. 매년 더 큰 투어로 올라가면서 올해를 제외하고 매년 다른 코스에서 경기했다. 그러나 처음 나간 코스에서 마치 베테랑처럼 좋은 성적을 냈다.

그린 경사를 읽는 능력 등 관찰력이 뛰어나서다. 흉내도 잘 낸다. 임지택씨는 “어릴 때 해리 포터 영화를 한두 번 보고 나서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동작을 흉내 냈다. 영화를 틀어 놓고 따라 하기도 했는데 화면을 보지 않는데도 해리 포터가 방향을 바꿀 때 동시에 바꾸고, 해리 포터가 회전할 때 똑같이 돌더라”고 했다.

임성재는 쇼트게임 코치가 없다. PGA 투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다른 선수들의 스윙을 보면서 혼자 배웠다고 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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