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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사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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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준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준영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김준영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코로나19 사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 요즘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나오는 단골 질문이다. ‘정부 탓이냐’ ‘신천지 탓이냐’ 택일하라는 얘기다. “글쎄요, 둘 다 필요 이상으로 욕을 먹는 것 같은데요”라고 슬쩍 발을 뺀다. ‘원인이면 중국 우한에서 찾을 것이지, 무슨 우리끼리 네 탓 내 탓이냐’는 생각이 차오르지만, 번번이 목구멍을 넘진 못한다.

세 싸움은 서울대에서도 있었다. 재학생 커뮤니티에서 ‘코로나19 사태 책임’이라는 이름의 설문조사가 올라왔다. 재학생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응답자 94%가량이 ‘현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항목을 꼽았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벌어지는 ‘문재인 탄핵’(1일 기준 140만명) VS ‘신천지 해산’(116만명) 청원 대결도 있다.

이게 정말 미증유의 바이러스를 맞닥뜨린 지금 상황에서 다툴만한 논쟁일까. 우리끼리 싸우고 지쳐가는 사이, 중국은 “중국이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미 한국인 입국 제한을 했고, 중국 일부 지역에선 “한국 신천지를 조심하라”는 통지문도 오간다고 한다.

우리가 대통령을 탄핵해도, 신천지를 해산시켜도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성경 속 전염병은 하나님이 통제 가능한 심판 도구로 등장한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이러스는 정치적이지도, 신앙적이지도 않다. 정부의 방역 책임은 이후에 물어도 늦지 않고, 신천지가 고의로 바이러스를 전파했는지도 찬찬히 따져볼 일이다.

요즘 보면-다른 차원의 문제지만-봉준호 감독의 돋보기 발언이 자꾸 떠오른다. 영화 기생충을 설명하면서 “어릴 때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서 종이를 태우면 연기가 나면서 타잖아요. 작은 초점이 모이면서… 그때 종이가 탈 때의 쾌감 같은 집중력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라고 했던 그 발언. 이참에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개인들의 분노를 한 점에 집중시켜 태워 없애려는 어긋난 쾌감이 만연한 게 아닌가 해서다.

병원(病原) 진단의 시작인 바이러스의 발견은 전자현미경을 통해 이뤄졌다. 초고배율 렌즈로 살펴봤더니 동그란 바이러스를 둘러싼 꽃잎 모양 돌기가 왕관(王冠)을 닮아 이름(Corona,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이 그렇게 지어졌다. 지금도 백신 개발자들은 의료용 현미경에 매일 눈을 대고 코로나를 무너뜨릴 방안을 찾고 있다. 돋보기 사용법이 저마다 다르다.

김준영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