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함 속에도 길은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75호 21면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닐 존슨 지음
한국복잡계학회 옮김
바다출판사

감염병·주식시장 갈수록 꼬여 #군중 우발 효과 등 이해가 관건

‘세상은 매우 복잡하지만 뜻밖에도 간단하다.’ 복잡계(Complexity System)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닐 존슨이 펴낸 『복잡하지만 단순하게』의 모토다. ‘복잡한 세상에도 패턴은 있다’는 것이다.

떠오르는 학문인 복잡계는 생물학·물리학·수학·경제학·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거대과학’이라 불린다. 이 책은 복잡계의 기본 이론과 실제 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현상을 통해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대규모 감염병 발병, 주식 시황이 그런 사례다. 해법은 뜻밖에도 단순할 수 있다는 게 『복잡하지만 단순하게』의 메시지다. 지난 23일 서울 경복궁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문장 교대 의식을 관람하는 사람들. [연합뉴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대규모 감염병 발병, 주식 시황이 그런 사례다. 해법은 뜻밖에도 단순할 수 있다는 게 『복잡하지만 단순하게』의 메시지다. 지난 23일 서울 경복궁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문장 교대 의식을 관람하는 사람들. [연합뉴스]

복잡계에서 보이는 행태인 복잡성은 우리 일상의 삶 속에 깊이 배어 있다. 최근 급속도로 확산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같은 감염병도 그렇다. 주식시장의 급락, 교통체증, 짝 찾기, 글로벌 테러리즘, 암 치료, 나노 양자의 세계 등에서도 그런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복잡성 과학은 ‘군중’ 같은 상호작용하는 개체들의 집합에서 창발(emergence)하는 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고, 통제하고, 조작하고, 때로는 회피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를 한다. 파국적 결과를 빚을 우려가 큰 군중 효과 같은 것이 핵심 대상이다.

이러한 복잡성은 여러 가지 응용 분야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전염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책에서는 4~18세 2000명이 다니는 콜롬비아 미국계 학교의 감기 바이러스가 퍼지는 과정을 연구했다. 학생, 교사, 교직원의 감기 관련 데이터들을 1주일 단위로 장기간 지속적으로 수집한 결과 학교에서 감기가 시간에 따라 진화해 가는 수학적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이 모형을 분석해 보니 사람들의 접촉 빈도와 연결성이 바이러스 전파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됐다. 교사들은 가장 많이 전염되기도 하고 전파하기도 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같은 학급 내 ‘가까운 사이’가 줄어 감기에 전염되는 빈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어린 학생들일수록 학급 내에서 더 긴밀한 신체 접촉을 하고, 기침할 때 입을 덜 가리고, 개인위생에 신경을 덜 써 감염 빈도가 높았다. 이런 데이터들은 어린아이들의 좌석 간격을 더 벌린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감기 전염을 줄이는 조치를 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바이러스, 뉴스, 루머와 같은 것들이 연결된 인간 군집들로 이뤄진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어 나가는 방법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해 줬다.

비슷한 방법으로 다중이 참여하는 주식시장의 예측, 금요일 밤에 술집에 갈지 말지 결정하기 게임 등을 흥미진진하게 탐구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아무런 소통을 하지 않아도 시스템 전체가 스스로 자기 조직화하거나 무질서로부터 질서가 나타나는 현상 등을 과학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단순히 까다로운 것과는 달리 무언가를 복잡하게 만드는 마술적 요소를 알아낸 것이다. 날이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는 복잡계 연구에 발을 들여놓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책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