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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 성장률 0.2%P 끌어내려…“1분기는 마이너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춰잡았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3%)보다 0.2%포인트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경제 전반이 미치는 충격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가계·기업 다 주저앉았다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경제전망 설명회가 생중계 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경제전망 설명회가 생중계 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27일 2월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수정했다. 내년은 2.4%를 유지했다. 당초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부진 등으로 고전했던 지난해(2.0%)에 비해 올해 성장률이 소폭 회복하리라 예상했다. 1월까지만 해도 전망대로 경기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번 전망치 하향 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코로나19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가계의 소비심리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만큼 급격하게 꺾였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회복 흐름을 보였던 기업의 체감경기지표도 크게 나빠졌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2월 제조업 업황 BSI는 65로 전월 대비 11포인트나 감소했다. 2012년 7월 이후 약 7년 반 만에 최대 낙폭이다.

충격 일시적 VS 성장률 0%대

수출도 급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까지 일평균 수출액은 16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8억7000만 달러)보다 9.3% 줄었다.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전 지표다. 분야를 막론하고 산업계의 비명도 높아지고 있다.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 일정이 늦춰지고, 커진 감염 위험에 사옥이나 공장을 폐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망 시기별 2020년 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망 시기별 2020년 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직격탄을 맞은 항공·관광업계는 피해를 추산하기조차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예단이 쉽지 않으나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2∼3월 실물경제가 크게 둔화하면서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작년 1분기(-0.4%)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의 충격은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재정 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용되고, 설비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감염 사태가 진정된 이후 민간 소비와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성장 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연간 둔화 폭(0.2%포인트)을 보수적으로 전망했지만 나라 밖의 시선은 훨씬 냉혹하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각각 1.6%, 1.9%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사태 전개에 따라 기존 전망치인 2.1%에서 최대 1.7%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노무라증권 역시 중국 수습 상황에 따라 한국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메르스 때처럼 빠르게 회복될까 

실물경제지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물경제지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 한 해 농사의 출발점인 1분기는 어려워졌다. 어떻게든 빨리 수습하는 게 관건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때를 돌아보면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엔 주요 거시 지표가 빠르게 정상 궤도를 회복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1월 중순까지 정보기술(IT)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는 추세였다”며 “반도체 가격 회복 등 흐름 자체가 꺾인 건 아니기 때문에 악재만 걷어낸다면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염병이 각 경제 주체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사태 수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임시공휴일 지정, 소비쿠폰 발급, 자영업자 세금 감면, 임대료 인하 등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돈을 풀어야 하는 건 맞지만, 지금은 돈이 있어도 경제활동 자체를 꺼리는 게 문제”라며 “취약 계층을 선별적으로 돕되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시점에 맞춰 준비하고, 실행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정용환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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