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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마스크 있나 확인하라" 이런 대통령이 모르고 있는 사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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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기자 중앙일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특별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특별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이달 초 마스크 유통업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1월 설 연휴 직후 마스크 제조업체와 장당 300원에 200만장(6억) 규모 거래 계약을 맺었는데 중국인 보따리상이 “장당 900원에 500만장을 사겠다”며 현금 뭉치 45억원을 들고 온 바람에 깨졌다는 내용이었다. 제조업체 대표는 “한 번에 30억원을 벌 수 있는 일생일대 기회가 찾아왔는데 놓칠 수 없다. 위약금을 다 물고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취재 당시 느낀 현장 분위기를 요약하면 정부가 통제하지 않으면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긴급 상황’이란 점이었다.

[취재일기]

이후로도 마스크 품절 사태는 물론 매점매석(사재기)에 대한 정부 단속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문 열고 모기 잡는 식 ‘뒷북’이었다. 지난 5일 ‘보건용 마스크 및 손 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해 사재기 등 법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돈 냄새’를 맡은 마스크 업자들은 이미 1월 설 연휴부터 활개를 쳤다. 정부가 마스크를 100장 이상 해외로 반출할 경우 정식 수출 절차를 거치도록 했을 뿐 수출 제한을 하지 않아 사실상 빗장을 풀어놨다.

이후로 마스크 등을 포함한 ‘기타 제품’의 대(對) 중국 수출이 올해 1월 6135만 달러로 한 달 전 60만 달러보다 100배 이상 증가했다. 이달 20일까지 잠정 집계한 수출액도 1억1845만 달러로 지난해 12월보다 200배가량 늘었다. 다른 품목 수출이 폭증할 요인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중 마스크 수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25일에서야 마스크 수출 제한, 생산량의 50%를 약국ㆍ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에 의무 공급하는 내용의 수급 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마스크 대책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로 공급 물량은 충분하다. 하지만 마스크가 국민 개개인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마스크가 마트에 있는지 공무원이 직접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마스크는 구하기 어려웠다. 통계청은 27일 온라인 사이트 100여곳의 마스크 가격을 조사한 결과 최근 1장당 평균 판매가격이 4000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전 마스크값(장당 700~800원)의 5배 수준으로 뛰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었다.

마스크 국내 생산량은 일평균 1200만장이다. 대체 내가 쓸 마스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마스크 유통업자 김모씨는 “아직도 만들어 놓은 마스크를 창고에 쌓아 둔 제조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 임모씨는 “도매가로 장당 1000원 아래 넘기는데 중간 유통상이 마진을 챙긴다”고 꼬집었다.

공무원이 마트를 찾아 마스크가 있는지 확인하고 최종 판매처를 때린다 한들 사회 곳곳에 파고든 탐욕의 마스크 판매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마스크가 ‘재난 물자’인 상황이지만, 누군가에겐 형사처벌도 감수할 만한 일생일대 ‘돈벌이’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껏처럼 뒷북에 물렁한 대책 대신 재난에 준하는 수준으로 마스크 수급을 통제해야 할 이유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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