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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무너진 2100선…“증시 충격, 메르스 때보다 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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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코스피 지수가 다시 2100선이 무너졌다. 26일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다시 2100선이 무너졌다. 26일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로 주가가 다시 급락했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6.84포인트(1.28%) 내린 2076.77로 마감했다. 전날 1% 넘게 반등하며 지수 2100선을 회복했다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26일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2.32포인트(0.35%) 떨어진 654.6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1.28% 내린 2076.77 마감 #5년 전엔 한 달 안에 확진자 정점 #코로나는 언제 진정될지 예측 곤란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달러값과 채권값은 크게 올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6.6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216.9원으로 마감했다.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135%로 전날보다 0.036%포인트 하락(채권값은 상승)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비교하면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는 한 달 안에 확진자 수 증가 추이가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직 언제쯤 정점을 찍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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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보다 치사율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감염력과 확진자 수 증가 속도가 빠르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사스보다 제한적일 것이란 초기의 분석은 성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중국 내 확진자 급증으로 중국 생산시설과 연계된 부품 공급망의 차질은 우려됐지만 국내에선 확진자 수가 제한적이었다. 덕분에 2118(지난 3일)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2243(지난 14일)까지 반등했다. 증시만 놓고 보면 5년 전 메르스 사태보다 부드럽게 고비를 넘어가는 듯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증시의 변곡점은 지난 18일이었다. 이날 이후 7거래일 동안 코스피 지수는 166포인트 떨어졌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악화가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며 “경제 성장률 같은 거시 경제지표뿐 아니라 주요 기업의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심스러운 낙곽론을 펴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글로벌 경제 전반의 생산 차질과 소비 급감을 상정하고 움직이고 있다”며 “지나친 비관론보다 앞으로 정부 차원의 대응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나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대책 발표 등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수준(현재 연 1.25%)을 결정할 예정이다. 당초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희망을 걸어볼 변수로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코로나19의 치료제 개발이나 확진자 수의 정점 통과, 정책 측면에서의 국제적 공조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확진자 수 증가 추세가 꺾이면 극단적인 공포 심리가 잦아들면서 일시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관건은 실물경제 측면에서의 후폭풍”이라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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